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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06. 2020

오늘의 디자인이 맞는 열쇠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디자이너는 모—든 분야에 있다. 아마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았을까? 


그 수많은 디자이너 중에서도 나와 같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대게 외주로 일을 받아서 한다. 프리랜서 특성상 클라이언트의 지시에 따라 단지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일을 하지만 결국 책이든, 브로슈어든, 로고든, 패키지든 무언가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건 똑같다.


어젯밤 클라이언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께 작업한 책 중 하나는 순위권에 오르고 다른 하나는 저자 인터뷰가 온라인 서점 메인에 실렸다고. 우리는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연락을 클라이언트가 먼저 해주면 디자이너인 내 입장에선 ‘이번엔 디자인이 잘 먹혔나?’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픽! 되는 순간을 위해.


하나의 콘텐츠는 당연히 디자인뿐만이 아닌 마케팅, 제조, 기획, 시기 등의 여러 종합적인 관점을 토대로 만들어져 ‘판매’로 이어진다. 단순 디자인만 예쁘다고 판매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알지만. 그래도 이런 연락은 일차적으로 가장 먼저 접하는 시각적인 부분, 그러니까 꼭 내가 한 디자인이 소비자들 눈에 통과된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일단 1차 관문은 열린 셈이니까. 


디자인 작업의 결과물의 판매 실적이 좋지 못할 때도 있다. 앞서 하나의 콘텐츠는 여러 종합적인 관점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했으니, 판매 부진에 대한 이유는 디자인을 포함해 마케팅, 제조, 기획, 시기 등 여러 부분에서 찾아보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디자이너인 내 입장에선 솔직히 괴롭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안의 내용을 보기라도 할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디자인만 예쁘다고 판매가 잘 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 디자인이 안 예쁘면 손이 덜 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1차 관문을 통과시킬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 셈인데, 맞지 않는 열쇠를 만든 것 같아서. 그럴 때마다 자꾸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정작 나에게 일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만족하며 일을 끝마쳤는데도 말이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게 먼저이다 보니, 보이는 걸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 디자인이 이럴 땐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긴, 아마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뛰어난 시야를 가졌더라면, 프리랜서 디자이너만 고집하진 않았겠지? 뭐, 회사를 차렸을 수도 있고.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비록 대단히 큰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웬만한 기획의 큰 틀은 정해진 채로 받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첫 번째 관문을 열게 할 ‘맞는 열쇠’를 만드는 건 디자이너의 역할이니까. 늘 어렵긴 하지만, 이 막중한 책임감을 잊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오늘의 디자인이 누군가의 문을 열게 할 맞는 열쇠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열쇠를 잘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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