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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May 01. 2019

SND day1. instagram-ing 시카고

SND 콘퍼런스 참석을 위한 시카고 여행기 04(feat. 시카고 풍경)

드디어 다양한 워크숍을 필두로 SND(Society for News Design) 콘퍼런스가 시작하는 날.


*SND란?

Society for News Design의 약자로 뉴스 미디어 전문가와 시각적 의사소통자를 위한 국제기구로서, 특히 인쇄/웹/모바일 출판물과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1979년 설립된 미국계 비영리단체로 전 세계적으로 15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다른 활동 중에서도 세계 각국의 신문과 잡지에 오픈한 뉴스 디자인 베스트 오브 뉴스 디자인을 매년 개최하고 있고,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전 세계 시각 기자들이 모이는 연례 콘퍼런스도 개최하고 있다. (참고로 내년에는 워싱턴 DC에서 열린다고 한다.)


워크숍은 지난 홍콩에서 경험해본 결과가 그닥 아름답지 않았고, 체력 소모도 컸던지라 아주 간단하고 재밌는 건 없을까 검색하다가 'instagram-ing Chicago'라는 워크숍을 발견했다. 시카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기에 시카고 시내나 구경할 겸, 바로 신청을 했다.


그런데 웬걸..

어제까지 반짝반짝하던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하루 종일 내릴 예정이란다. 기온도 쭈욱 내려갔다.


아.. 비도 오고 날도 춥고..

나가서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귀찮다...

그래도 이렇게 비가 오는데 대책이 있겠지 싶어 모이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일단 실내에서 간단하게 오늘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를 한다길래 자리에 앉았다. (30명이라던 참석자는 다 어디 갔나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9명뿐...) 그래도 노트북도 연결하고 하길래 기대하는 눈빛으로 집중!


십분 후... (잉? 이게 끝이야??)

인스타그램 사용 팁을 알려주는데..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 (나는 스토리라도 얘기해주는 줄....)


기본적인 내용이라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메모한 시간도 아깝고 기본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니 일단 공유를 해보기로.


1. 프라이빗 계정은 쓰지 마. 인스타그램을 하는 목적에 맞지 않아.

2. 토픽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올리자.

3.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계정을 운영할 때, 한 가지 테마나 주제를 정해놓고 운영하는 것이 좋아.

4. 인스타그램은 무조건 비주얼이다.

5. 내가 짝은 오리지널 사진을 사용해야 한다.

6. 필터는 쓰지 마. 그건 옛날 거야. 진짜 옛날 거.

7. 규칙적으로 포스팅하는 것이 좋다.

8. 설명을 꼭 써야 한다.

9. 3개 이상 한 번에 포스팅하지 마. 하나를 올렸으면 6시간 후쯤에 올리는 게 좋아.

10. 해시 태그는 꼭 넣을 것. (최대 30개까지 사용 가능하다.)

11. 피드백엔 반드시 답변을!

12. 낮은 퀄리티의 포토는 절대 절대 올리지 마. 아까도 말했지? 인스타그램은 비주얼이야~

13. 팔로워 숫자가 더 많도록 해. 그래야 쿨해 보여. (잉?ㅋㅋ)

짧은 강의 이후 로비에 모여 밖을 보니 비가 아까보다 더 대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짧은 강의 후 9명이던 사람은 7명이 되었다.. *강사 포함)


‘설마.. 대책이 있겠지..?’라는 희망을 갖고 강사를 쳐다보는데,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며 말한다.


"자, 이제 나갈까요?"

(그럼 그렇지. 대책이 있을 리가.. 아.. 내가 작년에 클리블랜드에서 미국을 그렇게 겪고도 기대라는 걸 해요..-_-)


‘설마.. 짜 온 동선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강사 왈.

"저 건물 멋지지 않아요? 우리 저기로 가볼까요?"

(역시나.. 없지.. 루트 따위가 있을 리가.. 내가 작년에 홍콩 SND에서 그렇게 오지게 겪고도 기대라는 걸 해요..)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 많은 시카고이기에 건물에 대한 설명은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이것도 헛된 기대.

우리는 비를 맞으며 발길이 닫는 대로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간혹 짧은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춥고 힘들어지면서 이마저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물기를 머금은 시카고는 사진이 운치 있게 잘도 나온다.)

그때!

우리에게 구세주가 납시었으니 바로 시카고에 있는 광고 회사에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데이비드! 그가 일하고 있는 건물 루프트 탑에 올라가면 시내가 한눈에 보인단다.


루프트 탑? 순간 모두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으나 이를 눈치챈 데이비드가 재빨리 말했다.


"물론 꼭대기 층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막혀 있어. 누가 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그럼 그럼. 이 높은 건물에서 말도 안 되지!)


나는 보았다.

모두의 표정에서 안도감이 내려앉는 그 모습을.

그리고 느꼈다.

내 얼굴에도 안도감이 내려앉고 있음을.

그렇게 우린 엘리베이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루프트 탑에 올라갔고, 데이비드의 말처럼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덕분에 더 이상 비를 맞지 않아도 되었고, 칼바람을 피할 수 있었으며, 꽝꽝 언 몸을 노곤 노곤해질 때까지 녹일 수 있었다. 그리고 경치는 상상 그 이상으로 예술이었다!


이렇게 몸을 녹이고 강사분이 묶고 계시는 호텔 로비로 이동. (굳이 여기서 마무리를.. 사람도 몇 없는데,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마무리하면 안 되는 건가요..ㅠ)

그래도 다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고생한 만큼 멋진 사진도 많았다. 무엇보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차량 맞게 걸어가는 사진 속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났다.


남은 우리는 그렇게 급 친해졌고, 저녁에 있던 오프닝 파티에서 얼굴을 보자마자 오랜 된 친구인 양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이 너희들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을 정도로. 오늘 처음 만난 우리가 대학 동기라도 되는 줄 알았단다.)

작년 홍콩에서 열린 SND와 달리 미국에서 열린 만큼 한 언론사에서 여러 명을 보내기도 하고,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하는 사람들끼리는 안면이 있어 서로서로 친한 모양새였다.


같이 비 맞고 고생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저 멀리 한국에서, 언론인도 아닌 듣보잡 디자인 회사에서 온 동양인 여자 디자이너인 나 혼자 외로울 뻔.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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