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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Aug 31. 2022

'오늘의 운세' 마니아입니다만,

집착하진 않습니다.

12년 전, 대학교 졸업 후,  

아는 게 없어서 용기만큼은 대단했던 시절.


대학교 동기와 단둘이 시작했던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는,

운이 좋게도 오픈하자마자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누구나 이름을 들어본 기업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직원들이 생겼고, 프로젝트의 규모가 조금씩 커졌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3년 전 회사를 떠난 공동 대표와

둘이 수다를 떨며 야근도 종종 하던 시절,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오늘의 운세를 같이 보곤 했다.


그렇게 가끔씩 보던 오늘의 운세 보기는

혼자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

횟수가 점점 잦아졌고,

하나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로

앱의 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어느새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잠들기 전에 밤 12시 1분.

오늘에서 내일이 되는 그 순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경건한 마음으로 오늘의 운세를 보고,

운세가 좋으면 기분 좋게 잠이 든다.


만약, 오늘의 운세가 나쁘면?


그래도 기분 좋게 잠들지만,

할 일이 몇 가지 더 생긴다.


1. 일정을 확인하고

평소보다 더 여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알람 시간을 평소보다 빠르게 다시 맞춘다.


2. 평상시보다 빠르게 시작한 아침,

행여 미팅이 어긋나지 않도록

일정 및 장소를 재확인하고,

협업하는 업체들과 공유하는 일정을 챙기는 등,

조금이라도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업무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실제론 문자 한번, 이메일 한 번 더 보내는 일이라

딱히 힘들 건 없다.)


3. 가급적 편한 옷, 편한 신발, 가벼운 가방을 들고 출근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몸이 편하면

행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더라.


가끔은 모든 불운이 일시불로 몰려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연달아 어퍼컷을 날릴 때도 있지만,

그럴 때 마저도 조금 더 버텨볼 만하다.


물론, 오늘의 운세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운이 좋지 않다고 하는 날엔,

미리 대비를 해두면 하루 종일 마음이 든든하다.


운이 좋지 않은 날을

좋은 날로 바꾸는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


글을 쓰다 보니 12시다.

곧 오늘의 운세를 볼 시간이다.


매일 하는 일인데도 왠지 두근두근.

내일은 과연 몇 시에 출근을 하게 될 것인가?!


('오늘의 운세' 마니아입니다만,

집착하진 않습니다.)

' 오늘의 운세' 마니아입니다만,


'오늘의 운세' 마니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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