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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Nov 21. 2018

Day 59. 크리스마스 장식, 어느새 겨울이다.

3주 만의 외출

안젤리카와 알시노도 없이 이 위험한 곳에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된다며 말라즈가 찾아왔다. (아직 직접 겪는 적은 없지만, 안젤리카나 알시노는 누군가가 집까지 따라오거나, 갑자기 달려들어 돈을 달라고 하거나, 갑자기 공원에 가자고 한다거나 등의 황당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나는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를 들은 정도? 브라질 출신인 안젤리카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더 심각한 일들, 너희가 영화 같다고 하는 일들을 직접 목격했지만, 본인도 이곳은 무섭다고 했다.)


말라즈는 3주 내내 집에만 있었으니 이제는 잠시라도 바깥바람을 쐬어야 한다며 잠깐 나가서 밥만 먹고 오자고 했다. 이 몰골(누구나 한 번쯤 더 쳐다보게 되는 정도..)로 정말 밖에 나가고 싶진 않았지만, 말라즈의 성화에 결국 따라나섰다.

나의 마지막 외출 기억은 단풍놀이였는데... 3주 만에 나온 밖은 온몸이 떨리도록 추웠고,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펄펄.

말라즈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으라며 미리 예약해둔 뷔페로 데려갔다. 식욕이 생기는 걸 보니 이제 좀 살아나긴 했나 보다. 오랜만에 단 디저트를 먹으니 정신이 번쩍 났다.

나의 마지막 기억은 핼러윈 장식과 단풍인데, 어느새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가득하다.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이상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차를 타고 밖에 나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래도 아직 돌아다니는 건 무리인가 보다. 잠깐 나갔다 왔는데도 제법 힘이 든다.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한 뒤로,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은 없었다.


심한 독감에 걸렸을 때도, 알레르기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가 돌아왔을 때에도, 상을 치르고 나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로 출근했었다. 집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로 일을 했던 건 언제나 기본 옵션.


이렇게 맘껏(?) 아플 수 있는 것도 여기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아프면서 여러 가지로 큰 대가를 치렀고 잃은 것도 많지만, 덕분에 힘들 땐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을, 무언가를 포기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별일 없는 오늘에 감사를.

부디 내일도 오늘만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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