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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Dec 07. 2018

day 73. 하얗게 불태운 마지막 밤

안녕, 친구들 - I will miss you guys!

여럿이 있어도 즐겁지만, 역시 셋이 있는 게 제일 편하고 좋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셋이 오붓하게 보내기로.

우선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안젤리카, 알시노와 함께 브라질 레스토랑 Batuqui로 향했다.

지난번에 갔을 때와 달리,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났다. 작지만 편안한 분위기기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다. 난 늦은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던 터라 스테이크는 생략하고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기로.

메인 요리는 사진도 못 찍고 오늘도 수다 삼매경. 알시노의 LA 여행기, 안젤리카의 뉴욕 여행기까지 듣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2차는 우리가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좋아했던 The Whiskey Bar로.

멋진 바텐더 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의 마지막을 슬퍼하며 치즈와 간단한 안주를 내어 주기도.

언젠가 클리블랜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역시 이곳의 위스키 칵테일은 최고! 한국에 돌아가도 그리울 것 같다. (헌데 나는 매번 칵테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알시노만 기억한다는 것이 함정 ㅋㅋ)

3차는 안젤리카네 집. 맥주로 가볍게 갈증을 달래고, 알시노의 바람에 힘입어 미리 사다 놓았던 소주를 넣고 소맥을 즐겼다. (한국에서도 안 마시는 소맥을 미국에서 먹을 줄이야..ㅋㅋ)

그리고 오늘 밤은 하얗게 불태우기로 했다. 12시에 떠나는 알시노, 오후 5시에 떠나는 안젤리카와 달리, 나는 비행기를 타는 시간을 맞추려면 3시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그제도 새벽 4시 반까지 수다를 떨고, 오늘은 하루 종일 짐을 싸고 그 큰 집을 치우느라 녹다운이 된 우리는, 침대에 눕는 순간  비행기를 놓치게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미션. 새벽 3시까지 버텨라! + 절대 눈물 보이지 않기!

각종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추고, 수다를 떨고.. 그래도 12시 ㅋㅋ

아직 3시간이나 남았건만.. 우리는 이제 앉아 있기도 힘들어서 누구 한 사람만 일어나면 길게 누워 소파 점령 ㅋㅋ 안젤리카는 화장실, 알시노는 냉장고에 맥주를 가지러 간 찰나, 소파를 점령한 나는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고 했더니 안젤리카가 아이디어를 냈다. 본인이 어제 꿈에서 본 장면이 있단다. 그러면서 방에 들어가더니 알시노를 불렀다. 그렇게 둘은 매트리스를 들곤 신이 난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ㅎㅎ

매트리스를 소파 앞에 놓고, 매트리스에 앉아 소파에 기대고 쿠션을 목에 대니 높이가 딱 좋다! 이제 일어나지 않고, 기댄 채로 맥주를 마실 수 있다ㅋㅋ 우리 셋은 너무 만족스러워하며, 그동안 클리블랜드에서 있었던 일, 서로가 얼마나 힘이 되었고, 얼마나 그리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중간중간 졸고 있는 서로를 깨우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모두가 무사히 살아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할 시간.

어제 약속대로 우리는 클리블랜드 공항, 경유지 공항, 그리고 최종 목적지의 공항에 도착할 때마다 서로 셀피를 공유하면서 마지막까지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수다를 떨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노을이 예술이다! 이게 얼마 만에 본 노을인지.

드디어 한국이다.

무사히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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