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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Nov 25. 2018

day 63. 셋이 함께 만든 요리 Best 6

사람에게는 사람이 약이다.

인터내셔널 아티스트로 클리블랜드에 초대된 안젤리카(Angelica), 알시노(Alino), 나는 같은 빌딩, 같은 층에 산다. 9월엔 다 같이 마트에 다녀왔을 때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정도였는데, 악몽의 트레이닝 등 여러 사건, 사고를 함께 겪으면서 어느새 끈끈한 사이가 되었고, 10월부턴 대부분의 끼니를 함께 만들어 먹게 되었다.


오늘은 함께 만들어 먹었던 음식 중에 기억에 남은 음식 Best 6를 정리해보려 한다.


1. 치킨 스테이크와 모차렐라 샐러드

안젤리카가 만들어 준 뼈를 발라낸 닭 다리 살을 이용한 치킨 스테이크. 우선 양파에 올리브 유를 넣고 중불에서 갈색이 될 때까지 충분히 볶는다. 양파가 완전한 갈색이 되면(인내심이 필요하다.), 닭다리 살과 물, 소금을 넣고 졸이면 끝. 양파만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맥주와 딱 맞는 궁합이다. 그 뒤로 나도 알시노도 그녀의 레시피를 종종 따라 할 정도로 단연코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다.


2.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매시 포테이토, 야채볶음

알시노의 야채볶음과 매시 포테이토가 곁들여진 스테이크는 언제나 좋았다. 파프리카, 호박, 양파, 마늘, 후추, 소금을 넣고 달달 볶기만 하면 된다는데,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알시노가 만들어준 음식 중에 매시 포테이토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만들어 줬던 매시 포테이토 맛은 절대 잊지 못할 듯하다.


3. 치킨 스테이크와 야채볶음

가장 자주 요리를 해준 건 안젤리카였는데, 그녀가 오븐에 구운 고기들은 언제나 맛있었다. 구운 닭다리에 내가 디저트로 먹으려고 만들었던 사과 콤포트를 얹으니, 새콤달콤한 맛과 베이식한 치킨의 맛이 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렸다.


4. 치킨 스테이크와 버섯볶음, 그리고 샐러드

가장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한 끼. 스테이크와 샐러드. 다만, 마트를 다녀왔을 때만 먹을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특히 버섯은 너무 빨리 상해서 잘 사지 않게 되는데, 알시노가 Farmers market에 갔다가 신선한 버섯을 사왔다. 오랜만에 향긋한 버섯 구이를 고기와 함께 먹으니 향도 식감도 아주 좋았다.


5. 돼지고기 야채볶음과 브라질 스타일 라이스

오늘은 다른 재료가 충분치 않아서 내가 만든 한국식 돼지고기볶음과 안젤리카의 시그니처 브라질 스타일 밥, 소고기를 나눠 먹었다. 짭짤한 돼지고기볶음과 마늘과 올리브 유, 소금을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인 안젤리카의 밥이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재스민 라이스는 잘 먹지 않는데 안젤리카가 만들어 준 밥은 언제나 참 맛있다. 만드는 법을 배워두었으니 한국에 돌아가서도 해먹어 봐야겠다:)


6. 비프스테이크가 올라간 라비올리

다들 힘든 하루였다. 특히 나와 알시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기 힘들 정도로 피곤했다. 이런 우리를 위해 안젤리카가 후딱 만들어준 라비올리. 우리의 체력을 위해 소고기를 위에 올린 것이니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고 했고, 물론 우리 다 먹어 치웠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이들과 함께여서 행복할 수 있었다. 끔찍하게 아팠던 지난 3주도, 이들이 끼니마다 밥을 해주고 병원에 같이 가주지 않았다면, 과연 이렇게 나을 수 있었을까 싶다. 정말 한국에 돌아가지도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셋이 항상 하는 말이지만,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셋이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고, 와인이나 맥주를 한잔하면서 때론 진지하게, 때론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로 신나게, 때론 음악을 들으면서 미친 듯이 춤을 추던 이 시간이 눈물 나게 그리울 것 같다.


다들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여기서도 비행기만 탈 수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던 사람들의 걱정에도, 여기서 몸을 추스르고 정해진 일정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건 옳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안젤리카는 뉴욕으로, 알시노는 LA로 떠났다. 같은 날 나도 샌프란시스코에 가려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혼자 매디슨 빌딩에 남아 있다.)

적어도 부기가 다 빠진 말짱한 얼굴로 이들과 마지막 파티는 즐길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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