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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Oct 06. 2022

악플이 하나도 안 무서운 이유

함량 미달 댓글도, 정당한 비판도 소화하면 레벨업 된다?

 

  

인스타그램 연재글 @woodumi



무근본 악플의 황당함이란


SNS에 글을 쓰며 살아온 지도 어언 7년 차.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SNS 활동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악플과 마주하게 된다.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처음 마주했던 악플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 당시 한일 외교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이 이어지고 있던 때여서였을까. 일본 여행에서 겪었던 일화를 썼던 내 글에, 어떤 이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매국노년”


밑도 끝도 없이 험악하게 달린 네 글자를 나는 한참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런 댓글을 남겼을까. 내 일본 여행과 매국이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나는 그런 것들을 헤아려보려 애썼다. 그렇게 그 댓글에 할애한 시간만큼 내 마음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고 반복되면 무뎌지기 마련이라고, 글의 맥락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자비한 공격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더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특히나 ‘매국노년’ 같은 무근본 댓글에는 더더욱.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양질의 구독자들이 모여들수록, 이제는 또 다른 종류의 댓글이 내 마음을 상처입혔다. 그건 바로, ‘무근본’은 아니지만 비판과 비난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날카로운 댓글들이었다. 


바야흐로 출판사와의 정식 첫 출간을 했을 때였다. 나의 백화점 고군분투기를 다룬 책은 나에게는 너무나 뿌듯한 성과였고, 사람들이 내 책을 사서 본다는 사실에 나는 매일매일이 두근거리고 셀렜더랬다. 하지만 내 책에 늘 ‘좋은’ 리뷰만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사연인즉슨 어떤 블로거가 내 책을 신랄하게 ‘까고’ 있는 포스팅을 우연히 보게 된 거였다.



무근본 악플에 상처받는 우리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그 포스팅이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매국노년’처럼 근본 없는 악플이 아닌 진짜 내 책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함량 미달의 악플에는 로봇처럼 감정을 못 느끼게 되었어도, 상식을 갖춘 날카로운 비판은 처음 받아본 것이었다. 비속어 하나 없는 그 리뷰의 날카로움에, 마치 살을 베인 듯 나는 실로 오랜만에 괴로웠다.     


그 독자는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글쓰기와 책에 대해 너무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백화점 직원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리뷰에 대고 ‘나는 억울하다’라거나 ‘당신이 잘못 이해했노라’고 할 수 없었던 건, 보기에 따라 내 글이 충분히 그렇게 읽힐 수 있다는 상식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평생 사무직만 하다가 난생처음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들어갔던 나는, 내 주관적인 시선에서 백화점과 직원들을 묘사했는데 그런 점이 그 독자에게는 그렇게 읽힌 모양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글을 쓰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다고 울부짖는 하소연이 많았는데, 그것 또한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친 신성시로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다. 다시 말해, 모두 맞는 말이기에 나는 그 말에 베일 수 밖엔 없었던 것.   






악플은 무시하고 비판은 수용하자

   


오랜 시간 그 리뷰로 인해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나를 이렇게 달래곤 했다. “자기가 앞으로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계속 겪어야 할 일이야. 그때마다 이럴 거야?” 누가 사고형(T) 아니랄까 봐 남편은 어설픈 위로 대신 뼈를 때린다. 얄밉지만 맞아도 정말 너무 맞는 말이라 나는 거기서 또 일어날 힘을 찾았다.   

  

남편 말대로 더 큰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나에 대한 정당한 비난과 비판에 ‘빼애액’ 하기보다는 겸허히 수용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면 댓글 하나하나에 눈물을 쏟으며 감정 소모에 시달리느라, 평생 앞으로 나아가질 못할 테니 말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고 한다.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파이 또한 커지는 게 당연할 터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생산자’의 숙명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좋아해 주는 사람들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올 비판과 비난을 견디는 것. 뼈와 살을 깎아 만들었대도 모든 소비자에게 소구될 수는 없다는 것. 제아무리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일지라도 그런 사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이 세계의 당연한 룰인 것이다. 모두가 극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직도 ‘인터스텔라’가 어려워서 이해를 못 한다. 내 취향은 ‘그래비티’다)     


나는 이따금씩 그런 사람들을 조우한다. 정말 재능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인데, 때때로 자신을 비판하는 의견을 극복하지 못해 업에서 떠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판이 싫어, 차라리 비판받을 일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며 조용히 사라지기를 택한다.                 



정당한 비판만을 수용하기 (사진출처:핀터레스트)


물론 누구에게나 상처 입지 않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재능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그 상처 또한 지나고 나면 정말 별거 아니기 때문이다. 새 구두를 신으면 처음엔 발뒤꿈치가 까져 진물이 나지만, 상처가 낫고 굳은살이 박이면 그 뒤부터는 더 이상 안 아프지 않던가.      


비판이나 악플도 비슷한 거라서, 조금만 적응하고 버티면 나중엔 별 타격을 입지 않는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노력이라는 것에 ‘비판의 수용’도 포함되어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근본 쌍욕과 인신공격은 바로 신고 각이다)   

  

지금도 나의 책을 검색하면, 비교적 상단에 나를 신랄하게 까는 리뷰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적응은 무서운 거라고, 이제는 그 글을 읽어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 분명히 나를 한 달 가까이 울적하게 했던 글이었는데, 극적인 감정이 무뎌지고 나니 이제는 그냥 하나의 피드백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왔달까. 아, 이렇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으니 앞으론 이런 말을 조심해야겠구나, 이런 표현은 조금 완곡하게 해야겠구나, 하는 하나의 가르침으로 읽힐 뿐이다. 어떤 점에서는 정말이지 고맙기도 하다. 칭찬만 들을 때는 알 수 없던 내 글의 객관적 단점들을 냉철하게 깨우치게 해주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문득 한 동료 작가님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악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악플이 있다는 건 다행이에요. 누군가 읽는다는 거니까. 악플이 없잖아요? 아무도 작가님 책 안 읽는 거예요” 나는 해탈한 사람처럼 내뱉었고, 동료 작가님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와, 띵언이다”라고 답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악플이든 선플이든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아무도 내 것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되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사실이 있을까. 따라서 정당한 비판은 나를 찌르는 무기로 인식하기보단, 언제든 적극 수용해 나를 레벨업 하는 부품처럼 여기는 게 현명할지 모른다.      


그러는 동시에 비난이 두려워 아무것도 자신 있게 쓰지 못하거나 사람들의 눈치를 심하게 보는 태도 또한 창작자로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바라봐야 할 곳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내 글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처음 뒤꿈치를 쓸렸을 때의 아픔보단, 꾸역꾸역 신다 보면 어느새 구두가 내 발에 꼭 맞는 그 기쁨에 치중하는 사람. 딱지가 떨어지고 나면 더이상 피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잠깐 까지는 것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글쓰기에서도 그런 인내의 기쁨을 잘 발견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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