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내가 명품일 순 있지만, 명품이 나 일순 없다.

시골에 있는 엄마는 남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명품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뭘 입어도 뭘 들고 있어도 모든 것이 다 명품으로 보였다. 굳이 물건으로 돋보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내 눈에는 엄마 자체가 명품이기에 명품이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3년 전, 딸이 9살 때 친구를 데리고 온 날이었다. 딸은 퇴근해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가방이 다 헤졌다며 친구가 있는 앞에서

"엄마, 내가 다음에 엄마 생일 되면 가방 사줄게요."

라고 말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고마워. 딸~."

이라고 대답했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엄마한테 가방을 사준다고? 명품 가방이 얼마나 비싼데. 100만 원도 넘어."

순간 나와 딸은 서로를 번갈아 봤다. 갑자기 명품가방이라니.

"명품? 우리 엄마는 오천 원, 만원도 내가 사주는 거면 다 좋다고 할 거야. 맞지, 엄마?"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며 뭔가 한 마디를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씁쓸한 이 상태로 대화를 끝내기는 싫었으니까. 그때 엄마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내가 덧붙인 한 마디는

"아줌마는 아줌마가 명품이라서 아무거나 들고 다녀도 괜찮아."

였다. 그랬더니 친구는

"아줌마가 명품이라고요?"

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명품 이야기를 하니 그냥 씁쓸했다. 그 당시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한 말인데 아이가 알아들었을지 모르겠다.


소나기가 올 때 명품백을 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진품인지 가품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방을 옷 안으로 감싸서 젖지 않게 하려고 하면 진품이고, 가방으로 자신의 머리를 보호하면 가품이라고. 그 말이 어찌나 씁쓸하던지.


단순히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저 명품이기에 그것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올린다 생각하여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명품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한, 두 개는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말하는 것은 머리와 가슴은 텅 비었는데, 명품에 의존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내가 명품일 순 있지만, 명품이 나 일순 없다.
  


물건은 아무리 소유하고 소유해도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분명 작년 봄에 예쁜 옷을 몇 개 사서 잘 입고 다녔는데, 올해 봄이 되면 작년에 뭘 입고 다녔던가 싶다. 옷장에 옷들이 있는데도 마땅히 입을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 올해 입을 것 두세 개만 사자.라고 마음을 먹고 봄 옷을 사보지만 다음 해 봄이 되면 또다시 입을 것이 보이지 않는 것. 참 이상하지만 그것이 바로 물건이다.


그런 가운데 무엇을 입어도 품격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이다.  검정 터틀넥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그는 그 자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는 힘이 있었다. 물론 그가 이렇게 입었던 것은 입기 편하고 고르는데 시간낭비도 없는 등의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설사 그가 명품을 걸쳤더라도 그 자신보다 그것들이 빛을 발하진 않았을 거라는 것을. 검정 터틀넥,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는 하나의 세트로 어느새 우리 기억 속에 '스티브 잡스의 명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스로가 명품인 사람은 그 어떤 것도 다 명품으로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기사에서 점점 명품을 소유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읽었다.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한 두 달 치의 월급을 쏟아 붙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내가 벌어 내가 쓴다는데 뭐가 문제냐고도 한다. 하지만 그 물건을 사고도 한 달, 두 달 뒤 다른 명품이 사고 싶어 진다면 무엇이 문제일지는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당신의 아이가 명품을 사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명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지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이전 05화 아이가 자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아직 엄마로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