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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아침마다, 화장을 하게 된 이유

너도 좀 하고 다녀 선영아.

by 조용해

고즈넉이 앉아계신 할머니를 보고 오늘은 원래 계신 그 아주머니가 안 계신가? 하고 매일 들르는 슈퍼에서 돌아서려는데.


" 언니"

"?" " 어머, 웬일이야. 마스크를 써서 못 알아봤네?" 아니... 너는 알아봤어. 한참을 보았었지.


마스크를 쓰면 젊은 처자들은 더 이뻐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나도 그러려나까지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이런 반전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여러모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나 선영아 너는 나보다 무려 다섯 살이나 어리지 않니? 아무리 우리가 안 꾸미는 족속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내가 아무리 동안이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만 그건 언듯 보았을 때이지. 오래 보면 다 보이는 나이를 어찌 속이겠어...


그 다음날부터였을 거다. 더 이상은 화장끼 없이 마스크만 쓰고 외출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다짐했던 것은.


이러다간 파운데이션이 썩어가는 것을 목도하겠다 싶게 화장을 끊은 날들이 지속되자 어쩐지 나의 피부는 더욱 생기를 잃어가고 남들이 인정하던 나의 반짝였던 패션센스도 그와 함께 나날이 퇴보하게 되었다. 그걸 느끼고 있으면서 개기가 없어서 펼치지 못했던 나의 의심은 그날로 현실을 박치기하면서 알려졌다. 이러다 정말 할줌마 되는 거 아니야? 왜 아냐. 이것만은 막아보자 막는데 까지. 아줌마로 불려지던 날 그 울분을 또 마주할 일은 아닌 거다.


어느 날 버스 차창에 어느 아주머니가 검은 봉지를 들고 계셔서 바라보았더니 나였음을 안 날 나는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누군가 나를 아줌마로 부르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나이라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간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아직은 억울하다. 가끔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을 통해 할머니 한분이 얌전히 앉아 계셔서 보면 나여서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를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머리를 감고 마사지를 해가며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했던 것을 나만 아는 비밀로 간직한 채 있던 중 벌어진 남을 통해 바라본 나의 현주소. 조심해야겠다. 이러다 클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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