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노후의 일상은 어떻게 그려지는가?

오늘이라는 평범한 하루를 견고하게 쌓아간다

by 제드 Jed
1. 하루 24시간 길고도 짧다


출근이 없는 아침은 낯설다.

알람도 없고, 밀려오는 업무도 없다.


아침 식탁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멍하니 창밖을 본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도무지 방향을 잡지 못한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는 멈춰 있는 듯하다.

한낮의 햇볕은 쓸데없이 환하고,

집안 곳곳이 조용하다 못해 정적에 눌린다.


그동안 시간은 늘 쫒아야 했던 존재였지,

이렇게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아니었다.


24시간이 이렇게 길 줄이야.

그런데 이상하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별것도 안 했는데

또 금세 어둑해진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하루.

노후의 시간은 그 자체로 낯설고 애틋한 풍경이다.


2. 취미가 생존이 된 시대


젊을 때는 '시간 나면 해보지 뭐'라고

넘기던 것들이,

이제는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말이

마음에서 자주 맴돈다.

그게 파크골프든, 글쓰기든, 산책이든,

아니면 하루 30분 동네 도서관에서 앉아

책장을 넘기는 일이든 간에.


단지 무료함을 견디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내 일상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몇 타 줄였는지, 어떤 꽃이 피었는지,

지난 글에 누가 댓글을 달았는지.

그 사소한 것들이 기댈 언덕이 되어준다.


취미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시간과 고요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나만의 작은 우주'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


3. 텃밭, 파크골프, 글쓰기, 그리고 봉사


어느 날은 텃밭에 나가 흙을 만진다.

뿌린 것보다 자란 게 적어도, 흙냄새는 늘 정직하다.

또 어느 날은 파크골프장에 나가 걷는다.

점수를 내기보다는, '나 아직 잘 걷는다.'는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


글을 쓸 땐 시간을 잊는다.

세상의 속도는 늦첬지만, 생각은 여전히 빠르다.

한 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그 시간 안에서

나는 다시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가끔은 지역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내가 여전히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인이다.


어쩌면 노후의 삶이란,

나눌 수 있을 때 가장 깊고

단단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4. 심심함은 두려운 감정이다


"심심해"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단어였나.

어릴 땐 금세 친구를 만나 놀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럴 기회도, 체력도 많지 않다.


심심함은 단순한 무료함이 아니다.

존재의 이유를 묻는 질문이 되어 되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바쁘게 지내려 한다.

하루에 할 일 두세 개쯤은 미리 적어두고,

그걸 하나씩 지워나가며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나, 오늘도 잘 살고 있어.' 하고.


노후의 삶은

그래서 심심함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싸움을 이겨내는 무기는,

돈도 명예도 아닌, 작고도 꾸준한 반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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