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뉘 May 31. 2024

미울수록

생각편의점

미울수록




우리의 관능은 때로 

제멋대로 힘자랑을 하긴 해도 

우리가 사람을,

아니면 우리 자신을

오로지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놔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매력은 없는데

예쁜 경우가 있고,

예쁨은 없는데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매력을 알았다면

당신은 그에 대해서

보이는 건 다 본 겁니다


남는 건 당신의 관능이

그를 사랑하게 되느냐

사랑하지 않게 되느냐지요


매력이 있는데

예쁘기까지 하다거나,

예쁜데 매력까지 있다고

말하는 당신이라면 벌써

그를 거의 다 아는 겁니다


그러다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어

시시하게 자신과 다른 것으로

즐거움에 가슴이 벅찰 테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며 잊을 겁니다


타자로 살면서 

할 수 있는 걸 다한 당신은

때로 그를 미워하는 것을

마음 저 구석에 미루어둔 겁니다


그런 누군가를 미워하려면, 

먼저 그를 사랑해야 합니다

(굳이 사랑일 건 없습니다만)


그러다 마침내 그가 밉다면, 그를 

어떻게 사랑했는지 되새겨봅니다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또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제대로 미워하기 위해서 그래야 합니다


한편,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미움까지 가질 수 있다면,

당신이 반사회성 성격장애,

흔히 말하는 소시오패스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겁니다


대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찾기 위해

미움을 자기 합리화하는 바람에 

가슴에 손을 얹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세월의 먼지를 덮어쓴 마음은

더욱 그래야 할 겁니다


나이는 그에 걸맞은 

지혜를 쌓아 주기보다 

오래된 먼지처럼

제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족쇄일 때가 많으니까요


우리에게 '그냥저냥 살지,

그렇게 삶을 생각하냐'라고

그 세월이 자주 핀잔을 해대도,

알다시피 사랑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미움을 전혀

즐기지 않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다 사랑처럼, 그 미움도

착각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당신 자신의,

말하자면,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할 만한 사람을 미워한다는

합리화와 자긍심에 도움을 줄 겁니다


그게 중요한 까닭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회의 틀에 맞추며 사는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어울려 살아야 해서 그렇습니다


아니면 소시오패스처럼 결국, 

자신 속에 갇히고 말 겁니다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당신 자신을

굳이 가둘 것까지는 없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흔해서 어려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