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맘껏 열 수 있는 계절이다. 창문을 열어놔도, 집안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지도 않고, 각종 벌레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설치 후 거의 닦은 기억이 없는 방충망 마저 열어놓으니 더 좋은 공기가 들어오는 듯 해 더 좋다. (내가 좀 게으르긴 하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미세먼지도 없고 시원한 바람 들어오니 집안 공기도 좋아진다.
우리 집에는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산다. 사람, 초목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곤충, 동물들까지 세어 본 적은 없지만, 단위면적당 개체수가 적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일반 연립이나 아파트에서 겪어보지 못한 생명체를 처음 맞이할 때의 경이로움이나 신비함 보다도 그 당혹함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건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나의 주위에서 움직이며 나를 위험에 빠뜨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거라고, 조심스럽게 결론지어 본다. 앞으로도 그런 당혹스러움, 무서움이 여전히 발생하겠지만 그나마 많이 덤덤해졌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 집엔 사마귀가 많았다. 많았다 하면 쉽게 실감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빨래를 널어놓으면 건조대에 두세 마리는 기본으로 있었다 하면 와 닿을까? 사마귀라는 것이 처음에는 초록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엔가 보니 모양은 사마귀인데 작고 갈색인 것들이 더 많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검색해 보니 새끼 사마귀였던 것이다. 그것이 자라면서 점점 녹색이 되었고, 다 자라면 10센티미터 넘는 것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긴 것으로 치면 제일 무섭게 생긴 것이 사마귀가 아닐까 싶다. 정말 볼 때마다 소리 한 번씩 지르다가 나중엔 무심결에 빨래를 툭툭 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아들들이 한참을 잘 놀았던 것도 사마귀였다. 사마귀를 잡아 채집통에 넣어 주면 거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파리나 잠자리까지 잡아 주어야 했다. 기능 좋은 그 앞다리로 파리를 잡아 입을 벌려 먹는 것을 보고 난 기겁을 했는데, 아이들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것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해서 무뎌질 무렵, 그러니까 한 2~3년 후에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렇게 사라진 사마귀의 행적을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알았는데, 마당에 참새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사마귀가 없어져서 다행이다 했는데, 참새 숫자는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겨 식구들에게 말을 하니 아이들이 그냥 웃고만 있다가, 큰아들이 슬쩍 귀띔을 해줬다. 아빠가 쌀을 마당에 뿌린다고…. 난 참고로 곤충보다 동물을 싫어하는 편이다. 동물들의 배설물도 싫고, 그 털도 싫고, 그 동물에게 있을 기생충은 더 싫다. 이래저래 난리를 피워 남편이 안 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도 줄지 않는 참새들. 난 그 사실을 아이들을 돌봐주었던 친정엄마한테 이야기를 하니, 우리 친정엄마가 묘한 미소를 띄우셨다. 아차! 한 명만 주는 게 아니었던 거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매일 먹을 것을 날랐으니 온 동네 참새들이 다 올 수밖에….. 남편이야 내가 난리를 쳐서 그만두게 할 수는 있었지만 엄마한테는 차마 하지 말란 말씀을 못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보니, 마당에 참새떼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한테 여쭤봤더니, 참새만 오면 계속 주려고 했건만, 비둘기까지 오니까 이건 아닌 거 같으시더란다. 그렇게 우리 집에 참새 군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사마귀는 그 참새 군대 덕에 씨가 말랐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요즘에는 까치가 자주 온다. 까치가 길조라고 해서 그런가 그다지 거부감은 없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도 날라서 자기 집 지으려고 가져가기도 하고, 잔디밭에 부리를 비벼 넣어 벌레를 잡아 (정말 뭐가 있기는 한가보다, 한없이 바닥을 후벼 판다) 먹기도 한다. 지난가을에는 감나무에서 홍시를 두 개 밖에 수확하지 못했어도(감은 격년으로 많이 열린다) 까치밥 하라고 한 개는 남겨 뒀더니 잘도 쪼아 먹었더랬다.
하루는 엄청 시끄러워 마당을 보아하니 이것들이 우리 집 마당인데 자기 집인양 싸워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역싸움을 하는 듯 보였는데, 결국엔 한 마리가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듯했다. 우리 집인데 마냥 우리 집만은 아닌 것이었다.
그렇다고 까치만 있는 건 아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많이 다녀 간다. 하루는 우리 집 울타리 사철나무를 가지치기했었는데 거기에 주먹만 한 새집이 있었다. 오밀조밀 참 정교하게 잘 만든 집이었다. 그 작은집에는 어떤 새가 살지 정말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피해 가지치기를 했었다. 문득 그 새는 잘 살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이렇다 보니, 새박사님 같은 분이 오셔서 알려주셨으면 싶다. 이쁜 새, 희한한 새, 소리가 재미있는 새, 소리가 좋은 새도 온다. 그로 인해 새소리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새삼 느꼈다. 그렇게 많은 손님 아니, 주인들이 살고 있다.
우리 집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새끼까지 낳아 기르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고양이다. 하루는 고양이의 떼창이 들려서 마당을 나가보니 데크 아래에 옹기종기 고양이 새끼 대여섯 마리가 조심스럽게 나다니고 있었다. 털도 제법 송송 나있는 것을 보아하니 하루 이틀 지난 것만은 아닌 듯했다. 아뿔싸!! 앞에서도 말했지만 동물을 싫어하는 난 그때부터 안절부절못했다. 그때는 마당에 텃밭이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다니면서 배설을 하면 기생충이 식물에 닿을까 봐도 싫었고, 한 마리도 아닌 대가족이 있는 건 더 싫었다. 그렇다고 새끼들이 있는데 해코지할 수 있는 성격도 못되었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알게 된 고양이 퇴치제!. 고양이에게 해를 주는 건 아니고 그냥 멧돼지 같은 커다란 동물의 체취가 나는 것을 뿌려주면 그 냄새를 맡고 고양이가 간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고양이 새끼를 너무 좋아했는데… 집 식구들 모르게 뿌렸다. 그랬더니 정말 그 많은 고양이들이 며칠 안되어 이사를 갔다. 그렇게 섞은 이 빠진 것 마냥 좋아했더랬는데 ….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쥐~!
수도계량기 옆에 난 작은 구멍. 거기를 드나드는 쥐! 처음 봤을 때의 그 절망감이란. 쥐덫에 걸린 쥐 처리가 끔찍해서 쥐덫만 안 써봤지, 그 구멍을 메워보기도 하고, 백반도 뿌려보고, 뜨거운 물도 부어봤지만, 담장 위를 지나가는 쥐를 보고 자포자기할 때쯤 남편의 한마디. “고양이가 있어야 하는데”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그 퇴치제. 사실 고양이가 싫어 종종 생각나면 뿌리곤 했었는데. 내가 혹을 붙인 격이 되었다. 그렇게 퇴치제를 버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쥐구멍 흔적도 옅어지고, 발견되는 쥐도 없다. 대신 고양이들이 자기 집인양 어슬렁 거린다.
겨울이었다. 햇빛 좋은 어느 날 마당에 무엇을 가지러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 집 데크에 아주 커다란 고양이가 나른하게 앉아 있다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 꼭 “너는 뭐니? 뭔데 내 낮잠을 깨우는 거야?”라고 묻는 것 같았다. 어이가 없어서…. 나가라고 겁을 줘도 꼼짝 않는다. 결국 동물에게 약한 내가 졌고, 편히 쉬시라고 자리를 비켜 줬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길 고양이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짠 음식들을 먹어서 수명이 2~3년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 주인님은 얼마 후 보이질 않았고, 그 뒤로도 주기적으로 주인님들이 바뀐다.
그것을 안 뒤로는 살짝 안쓰럽기도 해, 내가 예전보다는 덜 적대적으로 대한다.
집 밖에 주인님들이 있는 반면, 집안에도 무엇이 많이 있었다. 우리 집은 시공사가 공사기한을 넘겨, 한 달 반이나 보관이사를 했었다. 보관 이사한 이삿짐 때문이었는지, 초반에는 새집인데도 불구하고 바퀴벌레가 많았다. 6개월에 한 번씩 홈매트를 사 와서 연신 붙이기를 한 2~3년 했더니 바퀴벌레는 종적을 감췄다.
나는 내가 부지런히 홈매트를 붙여 그리 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데 어느 날 친구들이 놀러 와서는 지네처럼 다리 많은 일명, 돈벌레(그리마)를 보더니 그건 죽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육식동물로, 바퀴벌레 알이나, 작은 벌레들을 먹는다고. 생각해보니, 그 무렵 바퀴벌레, 공벌레 등이 집에서 종적을 감추기는 했었다. 그래도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던가, 책을 던져 죽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죽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책을 던져 죽이고 그 책을 드는 순간, 무수한 다리들이 분해되어 치우는데 더 손이 갔다. 또 하루는 아이가 자고 있는 이불 위로 빠르게 지나갔는데 억~! 소리도 못하고… 그 순간이 지나갔다. 그 당혹감은 잊을 수 없는데 다행히 10년 중 하루이므로, 1%로 안 되는 확률이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련다.
그렇게 우리 집은 그 벌레로 나름 평정을 찾는 듯했는데, 옆집 공사할 때 엄청난 개미떼가 부엌 배수구 옆 공간을 타고 올라온 적이 있다. 아무래도 옆집 땅파기를 했을 때 그 개미집을 건드린 듯했는데 하필 우리 집으로 올라올 줄이야. 난리도 아니었다. 정신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집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가루로 된 개미 약 한통을 전부 그 틈에 쏟아부었다. 그 뒤로는 다행히 개미떼가 나오지 않았다. 그 개미 약이 정말 좋았는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냥 우리 돈벌레가 열심히 일해주기만을 바래야 할 듯하다. 한데 요즘 벌레가 없어져서 그런가 돈벌레 출현 빈도도 낮아졌다. 그만큼 먹이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돈벌레의 손이 닿지 않는 종류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파리, 모기.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면, 어김없이 우리 집을 침입한다. 모기는 모기향으로 어떻게 처리가 되는데, 파리는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음식물에 앉는 게 너무 싫어서 파리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파리채를 휘둘러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요령을 몰라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들어온 파리가 있다면 하루를 기다린다. 파리도 첫날은 기운이 좋아 여기저기 날아다니는데 속도가 장난이 아니나, 하루가 지나면 기운이 빠져서 느려진다. 그렇게 느려진 파리가 어디에 앉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그때, 조용히 다가가 한 번만 내리치면 그뿐이다. 기다리면 된다. 그럼 쉽다..
이렇게 저렇게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집에는 어느 정도 생태계 평형이 이루어졌다. 무리하게 어떤 것을 없애려고 안 해도 저절로 해결이 된 점이 더 많다고 보면 된다. 어떤 이는 벌레 많아 단독주택이 정말 싫다 말하는데, 10년 정도 살면 사람도 그 외 생물들도 서로 맞춰서 변화한다. 말 그대로 사람이 살기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의외로 사시사철 바뀔 때마다, 이것저것 변화하는 모습에 더더욱이 감동할 때가 많다. 그 시작점인 봄을 맘껏 즐기며, 벌레가 많이 들어오기 전에 창문을 자주 열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