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Turning Point와 결정
“난, 그때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어야 했었다.” 일부는 자기의 길을 가기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 두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이유는 있었지만 논리적이거나 희망적이지 못했고, 사춘기의 나는 당연히 주변을 설득해 내지 못했습니다. 그냥 졸업장은 따야 하는 그런 하루하루… 그 뒤로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난 그 선택과 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등록금 면제에 용돈까지 받고 다니던 대학을, 남들 취업하는 26살에 그만두고 나와서 다시 대학교 1학년생이 된 건, 그래도 자발적인 선택과 결정이었지만, 돌아보면 상당히 늦은 자발성이었습니다. 원서를 써 주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저랑 동갑이시네요…”
늦은 선택과 결정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던 시간에서 쫓기게 했습니다. 대학시절 목표했던 바를 이루기엔 시간이 항상 아쉬웠고, 미처 도달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와야만 했습니다.
그 뒤에도… 많은 결정을 했습니다.
결정 이슈는 크게 양극단으로도 나눌 수 있도고 봅니다.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결정과 이런 시스템이나 선례 등이 전혀 없는 결정,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다수의 결정.
진학할 학교나 학과를 선택하거나 군대를 가거나 하는 결정은 어느 정도는 미리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에 들어가기로 하는 결정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10대나 20대까지는 기존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조직(학교, 군대, 첫 직장 등)을 선택하는 결정을 먼저 하게 됩니다. 내부의 자세한 커리큘럼까지는 모를지라도, 외면에 드러난 여러 가지로 미리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큰 차별화 포인트는 없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는 일도 사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결정에 가깝습니다. 짜장을 먹든 짬뽕을 먹든, 결정하고 그 뒤에는 테이블에 올라온 메뉴를 적당히 해치우면 됩니다. 그런데 주말에 혼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면, 그리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결정했다면, 상대적으로 훨씬 복잡한 이후 과정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식당에서 간단히 메뉴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결과의 가능성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난 사회생활 20년 중, 초반 10년간 5번의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5번의 입사 중 3번은 지원, 2번은 사실상 스카우트였는데, 10년에 5번이니 평균 2년이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퇴사를 결정한 선택 기준은 경제적 이유나 다른 기회도 있었겠지만, 최종 결정에는 결국 사람의 역할이 가장 크긴 했다고 봅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조직이다 보니 결국 그게 가장 큰 요인이 됩니다.
그렇게 기존 조직에서 나와서 후반 10년의 사회생활은 상대적으로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이 없는 결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정해진 사항이 없으니까 결정을 한 뒤에 심지어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었습니다. 사실 그건 결정이 아니라, 잠깐 한 생각 수준이었지만, 내가 혼자라면 다른 사람에 피해가 되지 않는 한 뭐라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고객들도 그 후에 연락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나에게 굳이 힘든 피드백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상황상 몇 명과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예상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전 조직에 있을 때, 심지어 팀장을 몇 년간 하기도 했지만, 속해 있던 조직은 시스템이 있고 사이클이 있었습니다. 그게 불합리하면 가끔 함께 욕하면서 그래도 우리 같이 잘 견뎌보자고 다독거릴 수 있었는데, 이젠 그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부족하면 모두 내 책임이었습니다.
수개월을 진행한 중요한 프로젝트가 끝나던 날, 고생한 동료들에게 휴식과 두둑한 보너스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막내였던 동료가 두리번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피드백 회의 안 해요?” 당연히 해야 했지만 마지막 2주 동안 거의 집에도 못 간 동료에게는 “나중에 합시다.”라는 말로 마무리 해 버렸습니다.
예상대로 바쁜 일정이 계속되면서, 그 나중은 오지 않았고, 그 후배도 지금 나와 같이 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을 만들어 주지 못한, 제시해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반부 10년을 같이 하던 분들은 나에게 지속적인 숙제를 안겨 주었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익숙해진 파워포인트나, 엑셀에는 ‘되돌리기’ 메뉴가 있습니다. 어느 날,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이 뭘까 생각해 보니, 바로 ‘되돌리기’ 메뉴였습니다.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간단히 클릭 몇 번이면 이전으로 복구하는 기능. 컴퓨터상에서는 간단한 기능이지만, 가끔 컴퓨터를 떠난 더 긴 시간 중에도 이 ‘되돌리기’ 버튼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어디엔가 있는데 내가 찾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됩니다. 그런 게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이것저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앞으로도 10년 정도 비즈니스를 위한 사회생활을 더 하게 될 예정입니다. 그 뒤에는 비즈니스와는 조금 다른 계획이 있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으로 10년을 보낼 생각입니다.
또 많은 결정을 할 것이고 지금 나이에도 가끔씩 하는 소위 ‘이불을 걷어 차는 킥’을 적지 않게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합니다. 되돌릴 수 없다면, 반복하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