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만 하지도 않고, 받기만 하지도 않고, 사이좋게 주거니 받거니
나는 얼마나 사회적 인간인가. 엄청 혼자 자기 길을 가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주고 있다.
아직 겨울인데 웬 반팔이냐고? 어느 날 우연찮게 우리 층에 함께 계시는 한 분이 반팔에 후드티를 입고 다니시는 게 눈에 띄었다. 생각해보면 사무실은 항상 덥고 건조하다. 겨울일수록 난방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긴팔 셔츠에 스웨터라도 입고 있으면 답답하다. 두툼한 외투만 있다면 실내에서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다른 한 분도 반팔을 입고 저벅저벅 복도를 다니시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 이후로는 나도 안에 반팔을 입고 후드를 입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출근한다.
일에 집중하면 의지가 활활 타올라서 인지 덥곤 한데 그럴 때면 반팔만 입고 업무에 정진한다! 매우 좋다!
`겨울에 반팔 입기`에 앞장 서주신 S와 L께 감사!
내가 최초에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 2012년에 이전 블로그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 두 명의 블로거 때문이었다. 그분들의 글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대학원에 있을 때 나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한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친구도 있음! (여기서 나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은 명시적으로 블로그에 적었거나 직접 말해준 경우!)
블로그와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회사판 블로그가 바로 그런 예.
사내에 공개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글도 쓰고, 링크도 달고, 이미지도 올리며, 댓글도 달 수 있다. 보통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어떤 분께서 개인용으로 운영하시면서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솔직하게 올리시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 나도 하나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개인용 비공개 게시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공개적으로 운영하시는 분은 드물다 생각했는데 한 분을 보니 용기(!)가 생겼다. 그런데 신기하게 내가 운영하는 게시판을 보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공개용 개인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는 분들이 생겼다. (그 이전에도 있었고 나와 무관하게 시작하신 분들도 있지만 나에게 따로 메시지 주신 분이 두 분 있음!)
정확히 정시에 퇴근한다. 지난 연말부터 노력하기 시작해서 요즘은 85~90% 이상 지켜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게 칼같이 정시에 일어나서 "안녕히 계세요.", "내일 뵙겠습니다."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10명 앉아 있는 파티션에 나 혼자 적막을 깨고 퇴근했다.
언제부턴가 내 왼쪽 옆자리분은 나의 정시 퇴근 동료가 되었고, 이제 오른쪽에 앉는 동료(상사)도 절반은 정시에 퇴근하게 되었다. 작은 행동이 가져오는 변화, 아름답지 않습니까?
평소에 결혼이 매우 허례허식이라 불필요하단 생각이 짙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생략한 것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학부 때부터 동아리 절친 다섯 명 중 지금까지 4명이 결혼했는데 그중 단 한 명만이 웨딩 촬영이란 걸 했다. 가장 최근에 결혼한 그 친구는 예식장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촬영한 느낌적 느낌.
내 주변 모든 사람이 웨딩촬영을 했었도 난 안 했을 수 있지만 주변에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확실히 결정할 때 마음의 짐을 더는데 도움이 된다. 주례 없는 결혼식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나는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고, 또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결국은 주변에 둘러싸인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잘 살아야겠다.
행복하게. 잘 :)
[관련 링크]
- 반팔 출근 / 윤직원의 태평천하 - 겨울 아침 체감 온도
- 블로그 릴레이 / 루시홍의 블로그 안내
- 블로그 릴레이 / Memories Reloaded
- 정시 퇴근 / 직장인이 야근을 싫어하는 이유
- 정시 퇴근 / 지금 이 순간, 후회없는 삶을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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