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 사태 지자
자분자분 날아드는
흰눈까마귀 밤나방
작은갈고리밤나방
도둑나방
네눈쑥가지 더러운밤나방
서툴게 절벅절벅
싸리꽃에 잠시
팽나무에 잠시
헛것으로 밟히는 가슴 뒤 언저리
사랑도 잠시
귓속에 부는 분가루
먹어치운 꽃대
잠이 들면
분분 날리는 눈웃음
태워도
태워진줄 모르고
에돌아 온 새벽
학명이 '더러운밤나방'이다, 무엇이 더러운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한테 더럽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으나, 나는 가끔 양심에 더러운 짓을 한다.
나는 나와 친하지 않다.
사랑하지만 상처를 준다.
그리우면 돌아선다.
원하는 것은 멸시한다.
이래서 더럽다는 소리를 들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들으면 분노할 것이다.
펄펄 뛰고 씩씩거릴 것이 분명하다.
더럽다는 말을 듣는 것은 기분을 더럽게 한다.
작가님, 무슨 일을 하세요? 그가 물었다.
작가님이니까 글을 쓰는 일을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려다.
'비밀입니다만...' 어정쩡한 대답을 했다. 국가기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좀 그럴듯한 직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가 실망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글로 돈을 벌어야 왠지 떳떳할 것 같았다.
출판사와 계약으로 받은 세 번의 계약금과 (출간 권수 X 7%)
시청에 시 하나 보내고 받은 칠만 원과
수기 하나 써서 받은 30만 원이 전부이다.
오래전 이야기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내 멋대로 쓰는 글이다.
이번에 낸 전자책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시판에 좋은 글 쓰면서 살면 되는 거지.
돈은 일용직으로 번다.
더러운밤나방이면 어떤가. 태워도 태워진 줄 모르고 한평생 자알 살면 되는 거지.
게시판에 썼던 글을 모아 강가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내주었다.
어느 책 보다 소중하다.
출판사도 나도 이보다 더 깨끗할 수는 없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돈이 좀 필요할 텐데... 도움이 안 돼서 그것이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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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강가출판사에서 첫출발로 열다섯 분의 작가님들이 전자책을 냈고
첫 종이책으로 김나연, 최소린 작가님의 동화책이 오늘부터 펀딩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우정 어린 마음으로 살짝 광고를 끼어넣어 봅니다. ^^
https://link.tumblbug.com/Ylr920JRJ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