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등 Aug 24. 2024

100% 리얼

나에겐 초능력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아니,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맞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나의 초능력 시작은 약 20년 전 시험을 보는 중에 일어났습니다.

책상이 흔들렸고 발이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우리나라에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진의 순간을 감지했다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아니 신기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후 나는 지진이 일어날 것을 미리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지구가 뭔가 꿈틀거린다는 느낌이 오면, 

그 뒤 지진이 있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일본 9.0 지진이 일어나기 이틀 전 나는 온몸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고

이번에는 꼭 증거를 내놓으리라 마음을 먹고

아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돌렸습니다. 

'지진이 있을 것이다. 대비해라.'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였습니다.

뭐 어쩌자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는 건데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 막 억울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지진이 진짜 일어난 것입니다. 

-봤지? 봤지? 내 말이 맞지?- 하고 흥분해서 떠드는대도 모두 시큰둥하게 여전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였습니다.

아니 내가 뭘 어쩌겠습니까. 그냥 내가 그렇다고 말을 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왜 그리들 콧방귀만 뀌는 건지,

그것이 좀 섭섭하다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그당시에 미국에 계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분명히 몇 번의 이 우연의 일치에 대해 경탄과 함께 자연과 일치하는 나의 초능력 감각에 대해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며 무척이나 신비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 여보세요? 엄마? 나 서하. -

- 웬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

- 그게 말이야 엄마 내가 말이야 엄마 글쎄 말이야 엄마 -

막상 설명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끙끙거렸습니다.

- 뭔 일이야? 너 사고 쳤냐? -

-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요. 아니 내가 뭐 사고만 치는 사람인가!-

-그럼 뭐?-

-그게 엄마. 내가 쫌 어떤 이상한 능력이 있어요. 말하자면 초능력이지. 그것이 음 아직 초능력인지는 확실하지 않아. -

- 그게 뭔데? -

역시 단도직입적 엄마의 성격이 그대로 나옵니다. 난 침착하게 설명했습니다.

- 엄마 나 말이야 지진이 일어나는 걸 미리 알 수 있어요. -

-........ -

- 일본 지진 날 때도 미리 알았거든요. 그리고 엊그제도 -

-........ -

헉 아무 말씀이 없다는 것은 검증의 자세로 돌입할 때의 엄마의 모습입니다.

나는 목소리에 필사의 진실됨을 담아서 설명했습니다.

- 그게 이번 한 번뿐이면 내가 말을 안 해요. 벌써 열 번이 넘었어요. -

그리고 이런저런 상황과 지진이 일어난 시점을 제법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말이 없던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 그 정도 갖고 뭘 그러니? -

- 네? -

- 난 말이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좀 조용한 날이면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

가끔은 별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고, 그런데 이 양반은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

-........ -

- 넌 내 말 믿지? -

엄마는 그것이 어떤 현상인지 한 시간을 설명하셨습니다. 

나 엄마 딸 맞습니다. 아니 맞습니까?


얼마 전 갑자기 노트북이 느려졌습니다. 심장이 도근거렸습니다. 그때 옆 동네에 지진이 있었다네요.

그럼 그렇지. 딸에게 전화했습니다.

딸의 대답은 담백합니다.

"약 먹어."


이전 21화 세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