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지 않을게.
아이가 둘이 된지 18개월이 되어간다.
아이는 처음이 아니지만 두 아이는 처음이어서 발생한 불안과 이제껏 경험 못한 강도 높은 노동에 지치면 제일 먼저 눈치 없고 자기 위주인 첫째에게 불똥이 튀었다.
우리 아파트 라인에서 내 얼굴을 아는 이는 몇 없어도 내 고함소리 한 번 못들어 본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곤란한 일은
매번 사과하는 일이다.
사과 자체는 어렵지 않다.
뼈져리게 반성하니까 진심으로 사과할 수 밖에.
또 아이들은 그 때마다 믿을 수 없이 너그러우니까.
너그러움.
바로 그것이
얼마나 염치없는지.
그것이 얼마나 사무치게 각인이 되는지.
날마다 새롭고 맑은 얼굴로 성장을 종알대는데
꼭 한번은 그 귀여운 얼굴들을 울리는 내가
얼마나 미운지.
이 모순이 스스로도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오늘도 크게 다름 없었다.
한바탕 울고난 뒤
주춤주춤 사과하는 내게 아이는
"나는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했다.
언젠가 그런말을 했다.
엄마가 소리 지르고 화도 내고 너희가 싫다고도 했지만 진짜진짜 마음은 아주아주 큰 사랑을 하고 있는거라고. 그러니 제발,그건 잊지 말아달라고.
어이없지만, 진짜였다.
그런데 그렇게 당부한 만큼 나도 믿었나.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나를 약올리고 미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나.
고맙게도
염치없게도 오늘도 용서를 받고
포옹과 뽀뽀까지 받으며
나도 너흴 의심하지 않겠노라
이 넓은 사랑을 기억해, 다시는
가벼이 감정을 터뜨리지 않겠노라
또 한 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