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육아, 육아! 육아는 끝이 없다!
동물병원을 도망치듯 퇴사한 후, 다시 어떤 길을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중에 MICE (전시 및 컨벤션 관련 업종) 기업에 면접이 들어왔고 그 다음주부터 바로 기획팀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실, 다른 직업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펫시터'였다.
펫시터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의뢰를 받아, 아이의 배변정리, 배식 및 급수, 산책 등의 돌봄과 케어를 전반적으로 진행하는 직업이다. 비슷한 직업으로는 산책전문가 '도그워커'도 있는데, 펫시터 안에 도그워커의 개념도 포괄적으로 들어 있다. 종류에 따라 방문 펫시터와 가정 펫시터로 구분된다. 방문 펫시터는 위에 서술한 내용과 같이 직접 고객의 집에 방문하여 돌봄을 진행하는 것이고, 가정 펫시터는 아이를 픽업하거나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가정집에 맡긴 뒤 돌봄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통은 아이가 낯선 환경에 맡겨지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성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방문 펫시터를 요청하는 수요가 많은 편이다.
요즘은 개인 사업자로 전환해서 하시는 분들도 많다. 아이를 맡겼더니 며칠 뒤에 배가 불룩해졌어요(흠좀무...)라든지, 그 집 개한테 얼굴이 물어 뜯겨서 왔어요, 당일 날 연락을 끊고 잠적했어요, 산책 때 제대로 컨트롤을 못해서 리드줄을 놓쳐 아이를 잃어버렸어요 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업체 펫시팅을 신청하면 기본적으로 실무자들이 선별하여 채용하기 때문에 아무나 펫시터가 될 수 없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용이 조금 나가는 편이다. 개인 펫시팅을 신청하면 전적으로 펫시터를 믿고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위의 위험들을 감수해야 하지만 업체보다 비용 절감은 된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나는 업체를 이용한 고객의 입장에서 출발했다. 몇 번의 서비스를 이용한 뒤에 펫시터를 지원했다.
펫시터는 거주 지역이나 근린 지역까지도 활동이 가능하고, 1회 서비스 의뢰 건에 대한 수익분배가 정확히 지켜진다. 대신에 프리랜서 개념이기 때문에 고객 의뢰가 빈번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에는 그 수익이 일정하지 않아 곤란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번 한 달 수입이 10만원 대인 것처럼 말이다. (텅장을 보면서 눈물이 질질 흘렀다.) 그리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만 대체로 고객의 입맛에 맞는 시간으로 조정해야 하는 시간노예직이다. 프리랜서로도 자유로운 출퇴근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인가... 만약 반려경험이 있다면 지원 가능하지만 면접이나 소정의 테스트를 통과해야지만 활동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대중적인 업체들은 도그메이트, 펫플래닛(와요), 펫트너, 우푸 등이 있다.
도그메이트는 국내 처음으로 펫시팅을 시작한 업체라, 펫시터 수가 가장 많고 그만큼 고객수요도 많다. 처음에는 나도 도그메이트 소속으로 근무를 했으나 회사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서 매니저님과 상의 후에 퇴사를 했다. 액션캠을 활용하여 돌봄을 진행하고 오래된 기업이다보니 돌봄에 능숙한 펫시터님들이 소속되어 있는 편이다. 정기적으로 전문가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고 정기교육을 진행한다.
지금 소속된 펫플래닛과 와요는 돌봄 현장을 실시간 스트리밍 해주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삭애견훈련소 소속 훈련사님들이 교육담당자로 계셔서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실무 트레이닝을 경험할 수 있다. 교육기간에는 훈련소에서 실기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 경험이 산책돌봄에 아주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각 가정마다 사용하는 하네스 사용법, 동물보호법 개정안, 동물별로 시팅방법의 차이점, 카밍시그널과 사회화, 분리불안 등의 펫티켓 등도 체계적으로 배운다.
그 밖에 우푸의 경우에는 외국인 고객이 많아, 영어 및 외국어가 되는 펫시터를 선호하는 편이다. 신생업체인 펫트너는 수의과 학생, 수의사 및 수의테크니션 경력자만 펫시터로 활동할 수 있다. (아닛 근데 애초에 가정집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도 없고, 병원의 진단이 아닌 지레짐작으로 환자견을 시팅한다는건 어려운 일 아닌가! 펫시터도 차별해서 지원받다니!ㅠㅠ)
일단, 처음에는 잘 모르는 상태인지라 입사지원서를 낸 뒤 결과를 기다렸다. 며칠 뒤에 합격 통보를 받고 사무실을 찾았다. 지금 있는 업체와 이전에 있던 업체, 모두 꼼꼼하게 면접을 진행했다. 도그메이트에서는 노령견 및 환자견 돌봄에 대한 케어들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어보았고 와요에서는 고양이 반려경험, 강아지 산책 훈련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다. 면접관님들이 나름 편안하게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 바닥에서도 긴장감과 압박감은 타 직종 면접과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면접 후, 각각 회사에서 실무교육이 진행되었다. 기본적인 이론 수업부터 시작해서 산책매너, 사회화 교육 정도에 따른 시팅 방법까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로는
이런 놈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이 직업은 디디의 개육아에 대한 연장선이라는 걸. 이 길이 귀여운 댕댕이들을 어루만지며 얌전히 쓰다듬는 일이 아니라 개집사로 들어가는 지옥의 입문길이라는 걸. 그래도 이번에는 동물병원과 같이 도망하지 않으리라 하며 충분히 각오하고 첫 발을 떼었다.
그리고 드디어... 애견훈련소에서 산책교육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