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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Apr 15. 2024

견공의 환골탈태

<2>

(너무 착해 보이는 강아지 / 네이버)


  길을 걷다가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는 팻말을 보았다. <개오동>이란 명찰이 붙어있다. 보통 <개>가 접두어로 사용되는 경우 약간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욕설을 표현하는 비속어가 되기도 하고, 질이 떨어지는 저급이나 이류란 의미를 연상시킨다. 


  대충만 짚어도 개복숭아, 개꿈, 개차반, 개자식, 개떡, 개나리, 개끗발 등 끝이 없다. 주인에게 절대복종을 하고 충성스러운 개를, 우리 조상님들은 왜 그들의 평가에 인색했는지 모르겠다. 인색이란 표현보다는 천대가 적절해 보인다. 인간의 중요한 반려동물이라는 의식이 덜 한 것이다. 


  음지도 언젠가는 양지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견권>이 갑자기 급신장되더니, 옛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했던 말인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현실이 됐다. 아마도 명색이 사람인 나보다 더 호사를 누리는 녀석들도 많을게다. 조상들은 그들을 가축화했지만 이젠 견공들이 인간의 DNA를 조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본다. 주인은 자발적으로 그들의 충성스러운 집사가 되어주니 말이다. 


  둘째와 식탁에 앉게 되면 잠깐씩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조금 생소한 용어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처음엔, 대화상대에 대한 예의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밖에서도 저러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도 했었다. 이런 말들 때문이다. <개이득, 개쩐다 등이다> 분명 같은 <개>인데 이들의 경우는 의미가 정반대로 다가온다. 무언가 긍정적인 뜻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국문법상 접두어의 오용사례지만, 개의 사회적 인식 전환과 맞물려, 상징하는 의미도 180도 바뀌어 가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는 영원히 누리고 누구는 기약 없이 핍박을 받을 것 같지만 세상이치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지금 힘들어도 용기를 가지고 버텨내야 할 이유다.



*견권(犬權) : 개의 권리란 뜻으로 인권에 견주어 필자가 임의로 지어낸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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