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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Feb 09. 2024

고객

나쁜 놈

 인생에서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잔상은 더 진하게 채취를 남긴다. 그러기에 씁쓸함의 파편에 소주 한잔이 위로가 되는 시간들이 잦아지는 것 같다. 가끔은 그런 생각들도 한다. 왜 나만 삶의 미션의 난도가 높은 것일까라는 푸념을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마다 나타는 빌런들은 어렵다 못해 좌절의 시련을 내게 선사한다.


  그래서 때로는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사라지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에서 마주한 고객은 더 선명하게 남는다. 이전 글에서 그들의 분류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하였다. 오늘은 나의 기억 속에서 진하게 새겨진 나쁜 놈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서비스직의 특성상  남녀의 비율의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은 편이다.


 어찌 보면 구시대적인 편견 일 수도 있지만 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친절하다는 생각하는 관념이 사로잡힌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10년간 서비스 업종에 몸 담아본 입장에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다. 내가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 시점에도 여성들이 남성들보다는 많았었다.



 때로는 이러한 불균형한 비율 부분들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물게 일부 고객들 중에서는 여성직원을 약자로 여기고 더 강하게 그들의 멘털을 부수려 하는 못된 부류들이 있다.  대체적으로 카운터가 나쁜 놈들의 주무대였다. 중고서점에서 매입이 마무리되고는 본인 서명을 받는데  이 작업은 패드를 통해 완료된다. 하지만 예전에 내가 처음 일하게 된 시기에는 패드 서명과는 별도로 출력되는 매입내역서에 서명란이 있어 수기로 한번 더 고객의 사인을 받았다.


 이러한 서명의 과정은 아무래도 중고 물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가 되는 상황을 학습하고 생겨진 것으로 안다. 도난 서적을 본인 확인의 과정의 미비로 인한 업무상 장물죄의 법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름의 보안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가끔은 이러한 서명을 추가로 적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도 일부 있었다.


 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클레임의 상황이 빈번히 일어난다. 서로가 바라보는 가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많이 난다. 회사는 적정 수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재고와 판매량에 대비하여 가격을 측정한다. 반면 고객은 본인이 책을 산 정가의 기준으로 훼손도 및 사용도를 고려한 감가상각을 한다.



 이해당사자인 둘 간의 기준선은 합치되기가 참 힘들다. 간격이 생기고 그 틈사이에서 불만과 어려움이 생긴다. 결국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역할은 직원들이 해야 하고 이 부분에서 가장 고충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그나마 대체적으로는 약간의 짜증 썩인 불만에 그치는 경우로 넘어간다. 물론 맞대응하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차례 그런 사항이 누적되는 건 크나큰 대미지가 되긴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악인은 정말 무례하고 개념이 없는 존재이다. 그 빌런 중 정말 인상적인 고객이 하나 있다. 그는 한 달에 3~4번 정도 방문을 하였고 구매는 하지 않고 매입만 하였다. 대부분 들고 온 도서들이 만화책에 해당되었다. 중고서점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다 보면 대체적으로 어떤 책들이 잘 판매되고 매입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하루에도 적게는 수 백 권을 책들을 매입하고 판매하기 때문이다.


 근데 만화책은 매입이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 아무래도 중고서점에서 고객들이 찾는 도서들의 분류 중에는 후순위에 있다. 그래서 대게는 다시 들고 가거나 폐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이 악인은 매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 앞에서 상당히 불쾌한 시위를 하였다. 불가로 통보받은 책을 잡고 손으로 찢으면서 이 딴 쓰레기 책을 산 내가 병신이네 하면서 눈을 부라리며 이야기한다.


 특히나 여성 직원이 앞에서는 더더욱 이 과격한 퍼포먼스는 심해진다. 한날은 찢은 책을 카운터에 퍽 놓으면서 나지막이 욕을 하는 행동을 하였다. 결국 이 고객들을 응대하기에 여성직원들이 부담스러웠고 회원 메모를 하여 그가 방문하면 남자 직원이 상대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 나쁜 놈을 마주하였다. 몇 차례는 남성인 내가 응대하니 별다른 행동 없이 돌아갔다.


 그래서 단순히 강약약강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역시 판단은 쉽게 내리는 것이 잘못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여지없이 만화책을 한 보따리 그가 들고 매장을 들어왔다. 카운터 근무자로 교대를 하였고 매뉴얼에 따른 응대 멘트를 하고 매입을 진행하였다. 대부분의 책들이 개정판이 나왔거나 오래된 만화책이었기에 불가 통보가 이어졌다.


 그는 갑자기 여성 직원에게 보였던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서 내 앞에서 시위를 하였다. 당황스러웠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혹시 폐기를 위하면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니 하니 나를 째려보았다. 그래도 반응이 무덤덤하니 여자 직원들한테 하는 것보다 덜한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입완료 후 받은 서명지를 내 얼굴에 던져버리는 충격을 주었다.



 화가 나서 주먹이 꽉 지어졌지만 고객님 직원에게 이러시면 안 된다라는 말을 다 꺼내기 도전에 돌아서 나갔다. 더 황당스러웠 던 것은 종이에 적힌 사인이었다. 병신이라는 두 글자였다. 순간 뭐지 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그는 여느 여성직원처럼 반응하지 않는 내 모습이 불만스러웠던 것 같다. 그는 그의 스트레스들을 그러한 행동과 언행으로 풀려는 것 같았다. 자신보다 약자라 생각되는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자신의 응대자가 남성으로 바뀌고 자기가 예상한 직원들이 멘털이 깨지는 상황이 안 생기는 것이 화가 났던 것 같다. 결국 그렇게 내게 상상도 못 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후 그는 블랙리스트에 추가하였다. 회사 상부에 보고하였고 고객센터에서 해당 고객에게 매장 이용이 불가하다고 하였다.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의 안도감도 들었지만 불쾌한 찝찝함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런 행동을 또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인이 너무 많다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정말 서비스직을 일을 하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나쁜 놈들이 쉼 없이 존재하였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무례하였고 거칠었다. 직원을 약자로 보았고 자신들의 강자로 생각하여 감정쓰레기통처럼 막말을 내뱉고 막대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현실은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좋을 거 없잖아 뭐 어떻게 불이익을 줄 수도 없잖아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이번만 넘어가자는 게 회사의 생각이었다.


 직원이 구멍 난 틈 사이로 비를 맞으면 우산이 되어 주어여 할 존재가 방관을 한다. 그것을 정확히 알고 파고드는 나쁜 놈들은 거침없다. 결국 마음이 너덜 너덜하게 망가지는 것은 직원들이다. 나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자신이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지 왕처럼 떠받들여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신이 응대하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친구이고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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