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을에 자리잡은 팽나무,
임진난에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오래전 아부지는 알려주셨지.
어릴적 여름날엔 동무들과
온 종일 타고 놀았다.
머시매나, 가시내나 상관없었다.
저 높은 데를 어떻게 올라갔는지,
그때는 겁도 없었다.
가을날,
까맣게 팽이 익을 무렵엔
한가득 따 먹기도 했다.
어른들은 그늘 아래서
자식 이야기며,
세상 이야기며,
농사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셨더랬다.
매미소리 더해질 때면,
목침 베며 낮잠도 한 숨 주무시곤 하셨지.
해질 무렵엔
달려드는 모기 내쫓으려,
보릿가을 때 남겨진 보릿대며,
낮 동안 베어낸 풀로
모깃불을 피우며,
낮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셨더랬다.
세월은 달을 비켜가는 구름처럼,
해를 담아가는 바람처럼,
때론 소나기처럼 휘몰아치듯이,
그렇게 지나가기 마련인 것을,
2.
이제는 오르던 동무들도
다 커 외지로 떠나고,
그늘 밑에서 얘기나누던 어른들도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지 오래다.
커다란 팽나무에는
걸려있는 구름과 잠시 쉬어가는 새들 뿐, 요새만큼
적막한 때가 있었을까?
임진년 때 팽나무는
수 많은 모진 세월 지났을 때보다
요새가, 더
힘들 법도 하다.
세월은 달을 비켜가는 구름처럼,
해를 담아가는 바람처럼,
때론 소나기처럼 휘몰아치듯이,
그렇게 지나가기 마련인 것을 아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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