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쓴다
가슴에 멍에가 들어차 먹먹한 시간에 쓰인다
적요한 저녁이면 어김없이 내 주위를 천천히 맴돌곤 했던 몇 마디 시어였다
어둑한 방안, 깊이를 알 수 없지만 난 또 침잠해 간다
가늠해 보건대 그럴 때면 애써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던 건 같다
작가란.. 그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분명 위태로운 일.
또 어딘가 못 미덥고 나아지지 않는 글줄.
남도 아닌 내가 숱하게도 스스로를 비난하고 또 질타했었다
시침과 분침이 겹치다가 크게 엇갈리길 여러 번. 시간은 내달리고 그 아래서 홀로 고군분투하였다
누군가 톡 하고 가만 건드리면 설움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 글보다는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날이었을지도
가느다랗게 이어진 시인이라는 숙명은 날 끈질기게도 쫓는다
달아나려고도 했었다
한동안 그냥 지내기도 했었다
안달이 나는 건 내쪽이었다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듯 음악을 탐닉하며 음울한 것들을 쏟아냈다
그 순간만큼의 시간에 갇혀있는 기분.
범람해 오는 기억들과 흔쾌히 추억이라 할 수 없는 그때의 서글픈 얼굴들.
무슨 마음이 있어서 살아내는 걸까
날 있게 해주는 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이면서도 최악까지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계절일까
찬비가 내렸던 것 같다
진눈깨비가 되고 이윽고 포슬포슬 눈이 내렸던 것 같다
다들 겨울이라고 하지
다짐하고 약속하고 바라곤 하지
단지 여러 개의 아침과 밤이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