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4번 째날, 호흡 곤란으로 다시 입원했다. 숨을 잘 쉬지 못하고 헐떡이는 내게 간호사들은 호흡도 맥박도 정상이라며, 정신적인 문제를 얘기했다. 심리적인 거라고. 알레르기 일 수도 있다고. 여러 이론들을 쑥덕거릴 때, 나는 기가 찼다.
‘내가 연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내지도 못할 화를 가슴에 쌓았다.
검사 다음 검사, 또 검사, 잘 모르겠으니까 또 검사. 속이 탔다. 이미 암인 것은 아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는 우울한 것일까. 집에 가고 싶었다.
문장 안에서 답을 찾겠다는 요량으로 창가에 책을 쌓았다. 히터 바람으로 책에 이슬이 맺혔고, 눈조차 오지 않는 미운 하늘만 노려보았다. 딱따구리 책을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고작 내 생각만 하고 있구나. 답은 찾지 못했지만, 작은 웃음 하나를 건져 올린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가져온 책이 동났을 때, 나는 창밖을 보고 울었다. 왜 우는지도 몰랐다.
건너편 할머님이 물으셨다.
‘애기 엄마, 왜 울어? 애들 보고 싶어?’
그런 거였다. 내가 애들이 보고 싶었네. 내 얼굴을 보면 서로 왕왕 울어버릴 까봐 나는 영상통화도 걸지 못했다. 인사도 못하고, ‘엄마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올게’ 하고 나와서 들어가지 못한 게 맘에 걸렸었네. 할머니는 어린애 마냥 눈물을 쏟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나는 늙어서 욕심이 없어, 애기 엄마 오래 살게 내가 기도 할게’
내가 찾던 문장이었고, 내가 찾던 사랑이었다. 곁에 있어주는 것. 곁을 내어주는 것. 사랑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사랑을 건네는 것. 나의 것을 내어 줌을 아끼지 않는 것. 나는 그런 사랑이 고팠다. 동나 버린 나의 사랑 그릇이 차올랐다.
심리적인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암 환자가 심리적으로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호흡곤란도 많이 좋아졌다. 치료가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과 정신과 또 모든 것이었다.
결국 책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랑의 이야기이다. 오늘을 살게 하는 문장은 책과 사람과 사랑에 있다. 가끔 아니 자주 잊고, 우매해질 때면, 나는 할머니의 사랑을 생각한다. 저런 사랑을 주어야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