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베프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오늘은 시댁에 제사가 있는 날이다.
시어머니는 제사에 참석하러 내려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갈 수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내 친구의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다.
슬픔에 빠져있는 내 친구를 위로하러 어서 장례식장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지내던 시 증조할아버지의 제사를 한번 건너뛰면 큰일이 나는 것인가?
제사는 내년에도 있지만 장례식은 이번 한 번뿐이다.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말씀을 드렸다.
올해는 갈 수가 없다고.
그러자 어머님은 화를 내셨다.
맏며느리가 그러면 안된다고.
사정을 말씀드렸지만 이해를 해주지 않으셨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하염없이 울고 있을 내 친구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퇴근하고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갔다. 친구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밤새 같이 있어주었다.
시댁에는 남편만 내려갔다.
다시 그런 선택을 하라 그런다 해도...
나는 내 친구를 선택할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시 증조할아버지 제사보다는 평생 나의 버팀목이 되어준 내 친구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