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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Aug 26. 2024

아이스 라떼와 초콜릿 사브레

새로운 시작을 싹 틔우려면

 유난히 책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부터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오늘까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항상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루하루 흘러가며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상이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에, 이를 기록해두고 싶었다. 하지만 임용고시 공부를 하면서, 또 다양한 문학 작품을 접하면서 천재적인 작가들의 글을 보고 괜히 기가 죽어 포기해버렸던 것 같다. 뭔가 작가라면, 이상처럼, 이태준처럼, 혹은 최은영처럼, 엄청난 글을 써내야 할 것 같았다.  20대 초반에는, 그냥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같은 소망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소설을 짧게 써보고 공동 출판을 하기도 했다. 나의 책을 가지게 된게 기쁘기도 했지만, 그 순간뿐이었고 어느새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있었다. 임용공부를 마치고 국어 교사가 된 후에도, 몇 번 글을 써볼까 생각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가보고 싶었던 독서 모임에서, 오현호 작가님과 함께 작가와의 만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신청하게 되었다. 사실 작가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책을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한 동경과 부러운 마음에 신청했던 것 같다. 그래도 작가님을 만나는데 책은 읽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행동력 수업>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책을 시킨 지 몇 시간만에, 하루 배송으로 책이 도착했다. 단 하루도 미루지 말고 얼른 읽어보라는 하늘의 뜻 같기도 했다.

 

 저녁으로는 근처 나와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파스타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알리오올리오와 로제크림파스타, 감자튀김까지. 오랜만의 파스타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로제크림 파스타가 아닌 마르게리타 피자가 나왔다. 주문을 잘못 접수해 죄송하다는 종업원이 안절부절하며 돌아가자 남자친구가 "우리 메뉴가 잘못 들어간 거라면 그냥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먹자"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말씀드리자 환하게 반색하는 종업원. 이렇게 말 한마디로, 식사 메뉴를 바꾸는 것 정도의 별 것 아닌 결정으로 한 사람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구나. 이런 따스한 말을 매일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지.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와, 아이스 라떼와 초콜릿 사브레를 주문했다. 고소한 라떼,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내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종의 의식이자, 아무리 우울하고 힘들었던 날이더라도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다. 무더운 여름, 쾌적한 카페에 앉아 달달한 디저트를 한 입 베어물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그 순간만큼은 다른 무엇도 부럽지 않다. 이 카페의 쿠키는 많이 달지 않아서 참 좋아하는데, 오늘도 역시 성공적이다. 시중의 어느 사브레 쿠키보다도 부드럽고, 내 입에 맞게 적당히 달달하며, 라떼와 잘 어울린다. 기분 좋게 쿠키를 해치우고, 책을 펴서 읽어보았다.


'생각을 행동으로,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힘'이라는 책의 문구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그동안 '작가가 되고 싶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실천으로 옮긴 적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책의 반의 반도 다 읽지 못했지만, 당장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기 힘들어 책을 덮고 노트북을 켰다. 매일 나의 하루를, 일상의 작은 행복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험하는 인상들을 글로 차곡차곡 쌓아두자. 5년, 10년이 지났을 때, 비록 내가 원하는 작가가 되지는 못했더라도 소중히 쌓아둔 글들을 웃으며 읽어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작을 싹 틔워보자. 이 글이 앞으로 써나갈 나의 이야기의 소중한 첫 페이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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