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드레스를 골라주며
나와 대학 선배 h는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h는 내가 인도에 처음 갔을 때 여린 몸으로 여대생을 이끌고 인솔을 하는 간사님 역할을 했었다. 그 당시 h는 겨우 27살이었지만 세상을 향한 당찬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용감했던 h는 직무를 바꿔 인도에 취업해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황무지 같은 델리 땅에서 커리어우먼으로써 성장했다. 그렇게 일밖에 모르고 산다고 느꼈던 h에게 누구보다 좋은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디선가 축복의 종소리자 '쨍-!'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무더운 2020년 8월 h는 한국땅으로 왔다.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를 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결혼을 하는 H. "혹시 드레스 같이 봐주러 갈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하였고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실 드레스를 보러 가기 전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결혼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떨리지?'
웨딩샵은 강남구청 어느 언저리에 있었고 유럽풍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왼편에 화려한 알알이 박힌 보석들이 내 눈을 감싸 올랐고 화려한 조명 좋은 냄새들이 나를 환영했다. 그리고 피팅룸에 들어서니 오랜만에 만난 h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소파에 그의 남편이 될 사람인 k가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라 많이 어색했기에 "오빠 일단 선물부터 줘. 저기 흰색 종이가방 보이지? 저거야." 나는 인도에서부터 온 선물들을 풀어 보았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B사의 토너 2개와, 강황, 히말라야 핑크 소금, 툴시 티 그리고 청첩장. 그렇게 한참을 선물을 보고 있는 동시에 커튼이 차라락 열리며 h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였다. 정말 새 신부의 모습을 그대로 한 h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네 차례 정도 함께 웨딩드레스를 피팅해보았다. 그렇게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을 h를 기다리는 동안 k와 대화를 나누었다. "저는 3년 전부터 인도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h를 만나러 인도에 온 것 같아요." 여러 말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그랬다. 그들은 온 마음과 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h가 등장할 때마다 k는 사랑스러운 눈빛을 담아 h를 바라보았다. 드레스를 함께 고르면서 사랑에 빠진 그들을 보니 나도 절로 행복해졌다.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사랑이 있다는 걸 보여 준 h와 k덕에 마음에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아, 늦기 전에 우리 모두 사랑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