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쓰던 일기를 잠시 멈춘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한다. 줄곧 잘 피해 다니던 코로나에 걸렸다. 다들 한 번쯤 걸리는 코로나여도 난 신기하게 안 걸리네, 싶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목이 심하게 아파서 근처 약국에서 산 자가 검진 키트로 검사를 해 보니 선명하게 두 줄이 나타났다. 아, 이게 두줄이 나오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분함도 억울함도 10프로 정도는 있었지만 그래도 오.. 걸렸네..? 하는 신기함이 더 컸다.
아픔을 핑계로 글을 놓고 일기도 안 쓰고 그냥 쉬면서 보냈다. 안 쓰던 마스크를 다시 쓰니 답답하고 불편했다. 귀찮음이 커졌다. 일주일 정도 목이 아프고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주변에 걸렸던 사람들에 비하면 많이 아프진 않았다. 다만 후각을 잃어 그 좋아하는 커피를 먹는 것이 고역이었다. 커피의 산미도 향긋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흙과 하수구 냄새가 났다. 유난히 커피만 그래서 살은 전혀 안 빠졌다. 그저 고통의 일주일이었고, 후각은 나의 삶이 다채로워지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가 다 나아도 글을 쓰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커피를 다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고 쌩쌩하게 여기저기 잘 다녔다. 에너지가 좋아졌고, 몸 관리를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건강한 식단으로 챙겨 먹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다 나은 것을 즐기면서 왜 일기를, 글을 쓰지 않았던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되어있다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에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꾸준히였던 것 같다. 나는 매일에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있었다. 매일 뭔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글을 쓰고 일기를 쓰는 데에 힘을 들였던 것 같다. 그러니 오래가지 못했고, 기회가 왔을 때 그만 둘 마음이었나 보다.
매일을 내려놓았다. 살살하기로 다짐했다. 나에게 뭔가를 매일 한다는 것은 아직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고, 힘을 많이 들이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끔 두 번, 기분 좋으면 세 번을 쓰자. 그러다 다시 힘들면 두 번으로 내리고 바쁘면 한 번으로 또 줄이자. 기준을 낮췄다. 매일에서 주 3회로, 주 1회로, 여의치 않다면 한 달에 1번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준을 낮추면 언제든 올라갈 수 있고, 너무 올라가더라도 기본값이 낮기에 다시 내려와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부담감도 없다. 그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 다시 뭔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가벼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그것을 잃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