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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Sep 01. 2022

도서관으로 가자

한달의 두 번, 나만의 스케쥴


   전부터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바로  주일에   도서관 방문하기이다.   ,  집의 물건을 정리하며 가지고 있던 책들의 절반을 중고 서점에 팔았다.   읽히고 책장에 꽂힌 책의 의미가 없다,   읽고  책은  이상 사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책을 팔고  이후 반납일에 맞춰 2주일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다. 학생일  책을 종종 빌려 봤는데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수입이 생기자 빌려 보는  대신 구매하는 쪽을 택했고, 한껏 욕심부려 빌린 책을  읽지 못하고 다시 반납 하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의 나는     제대로 읽지 못하는 패배감에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워 도서관을 멀리 했다.


 책을 빌려 읽으면 귀퉁이를 접거나 줄을 긋는 행위를   없다. 물건을 다루는 부분이 불편해 빌려 읽는 것에 멀어진 부분도 있어 이제  불편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할까 생각했다. 중간에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두거나 블로그에 일기로 남기기도 했는데  방법들 역시 여간 귀찮고 불편하며 쉽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결국 작은 노트를 하나 구매해 맘에 드는 구절을 직접 필사하기 시작했다. 짧게는 두세 줄, 길게는 한쪽 정도 되는 분량을 좋아하는 펜으로 천천히 옮겨 적었다. 누군가 필사는 가장 느린 독서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맘에 드는 구절을 천천히 음미하며 하는 독서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음식이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 어떤 방식으로 요리가 되었는지, 따뜻할 때와 식었을  맛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느끼는 것처럼 책도 읽기만  때는 읽는 순간만 음미했다면, 옮겨 적는 동안은  마음과 머릿속에 새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감상적인 글이면  동안은 환상 속에 사는 기분을 느낄  있었으며 위로가 되는 글을 적을 때면 벅찬 마음이 길게 유지되었고, 명언이나 뒤통수 때리는 듯한 글귀를 적을 때면 하루 종일 기분이  되어 있었다.

 

  책을 아무데서나 읽는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출근 전에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출근  잠시 책을 펴서 읽고, 일하는 동안 여유가 생기면 종종 읽기도 , 가게의 손님들이 모두 책을 가져와 읽을 때면 나도 동참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요즘 가장 빠진 독서 장소는 바로 버스 안이다. 출근길 내가 타는 버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적은 버스이다.  버스는 길을 조금 돌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25 정도 걸리는 시간 동안 책을 읽다가 잠시 생가하다가 다시 읽다가  밖을 보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느리진 않지만 한산한 버스 안에서 갖는 독서 시간은 하루  유일하게 편안하고 맛있는 시간일  있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버스 안에선 바로 책을 필사할  없고, 빌린 책이라 귀퉁이를 접을 수도 없어 잠시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내가 생각해  방법은 책갈피에 분류용 인덱스를 붙이고 다니는 것이다. 공부할 때만 쓰던 방식을 독서에도 적용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으나, 이걸 이제야 생각해  나는 멍청하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 똑똑하다며 칭찬했다. 주저 없이 버스 안에서 책을 읽을  있게 되었고  시간을 마음껏 만끽할  있었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오히려 읽는 책의 양이 늘었다.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고, 읽는 속도도 조금 느린 편이기 때문에 빌려 오는 책은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빌리는 책이 유달리 얇을 때엔 조금 고민을   권을 빌릴 때도 있지만 결국 빠듯하게 읽거나 남겨서 반납할 때도 있어서 가능하면   정도만 빌리려고 한다.  읽고 반납을  , 계획한 것을  해내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을 가지고 반납함에 책을 밀어 넣는다. 도심의 서점을 방문하면   냄새와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좋지만 도서관의 조용하고 차분함, 사부작 옮기는 발걸음 소리, 팔랑거리며 넘어가는 종이, 혹여나 소리는 낼까 긴장감 있는 사람들의 태도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서관의 매력에  요즘  빠져있다. 빌릴 책들을 검색하고 찾은 후에도 바로 그곳을 떠나지 않고 괜히 서성이며 여러 책들을 구경한다. 이렇게 표지가  낡은 책은  년도에 나온 책인지 살펴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구역엔 어떤 책이 있는지 보기도 한다.


 책을 구매하여야 출판업계가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일단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의 도서관처럼 멋진 도서관이 많이 생겨  책과 도서관이 사람들의 일상에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한쪽에선 필사를   있게 넓은 테이블도 놓여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과  가까워진 나는 일상을 보내는 맛있는 습관을 하나  발견한 것에 기쁨과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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