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설치전-4 06화

4-6. 연우

by moonrightsea

연우는 내가 찜 해둔 나무에 등을 달고 있었다. 그 옆에 그 위에 나무에도.

" 아 밤 길이라 위험할까 봐. 마을에서 하는 일인데 여기는 등을 설치 안 했으니 내가 해야지. "

" 아."

" 그러는 넌? "


" 아 전 아까 주워둔 돌이 모자라서 더 주워다 두려고요. 돌담길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

" 그런 거면 나한테 부탁하지 그랬어. 무거운데. "


" 뭐. 이 등만 해도 충분한데요? 원래 여기까지는 등도 필요 없는 거잖아요. "

" 왜 이러세요. 작가님. 이 정도는 마을에서도 배려한답니다. 명색이 국제 전인데. "

" 저 나름 한국인이거든요. 헤헤."


" 영광입니다. 작가님."

" 아 기분 좋다. 작가님 소리. "


" 그럼 나도 불러줘. 뮤즈."

" 네. 나의 뮤즈님. "


" 좋네. 괜히 사명감 생기고. 후훗. 아 한 가지 아쉽네. 응?"

" 응?"

우리는 둘 다 머릿 속 떠오르는 뭔가가 같음을 알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 웃으며 함께 마을 회관으로 가서 맥주캔 4개와 소주 2병을 마저 들고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열심히 돌을 주워 모아서 나무 아래 돌담길을 깔았다.

좁다랗고 탄탄하지만 나름 잘 짜 맞춰진 돌담길. 틈새마다 조각돌까지 빼곡히 채워놓고 보니 또 새벽 2시. 꽤나 섬세하게 채워 놓고 보니 나름 돌길 같았다. 길이는 비록 짧지만 원하는 모양의 예쁜 길이 나와서 나름 흡족해하며 맥주캔을 둘이 홀짝홀짝 마저 마셔댔다.




" 아 좋다."

일이 끝나고 나서 개운함이란.


" 이제 끝난 거야?"

" 이제 시작이죠. "

" 응?"

나는 정성스레 깔아 놓은 돌담길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 이게 바닥이에요. 내일은 여기 나무에 꾸밀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은 등을 달고 그럼 끝나는데 등은 오늘 달아주셔서 제가 들고 온 꼬마전구만 달면 끝나요.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연우는 궁금해 하며,


" 꼬마전구는 어떻게 달건대?"

나는 신이 나서 벌떡 일어나

" 음 어떻게 달 거냐면요?"


나는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뒤편 나무 기둥 바로 위에 가지 부분을 좌우로 요리조리 오가며

" 요기서부터 요기까지 나뭇가지를 칭칭 감싸서 마치 위에 가지를 빛이 감싼 듯 보이게 할 거예요. 요렇게"


" 풉"

" 응? 왜요? 이상해요?"

" 아니 너 방금 마치 춤추는 거 같았어. 요술봉 들고 요리조리 오가면서."

그런 나를 바라보던 연우는 연신 푸핫 웃으며 맥주캔을 들이켰다.

나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런 연우를 바라보며


" 에이 참. 정말 아까부터 애취급이시네. "

" 너 애 맞지. 아직."


" 저 애 아니에요. 다 큰 성인이에요. 20살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술을 먹다 멈추고 나를 순진한 어린애 보듯 연우가 바라보며

" 뭐 남녀 성관계하는 거보고 그리 놀라는 게 뭐가 어른이야."

" 봤어요?"

" 응"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장면이 다시 섬광처럼 지나갔다. 내 뇌가 정지해서 멈춰 버렸던 장면. 그 장면.


푸드덕. 새가 날아들고. 그 새가 날아간 곳으로 시선을 돌렸던 그곳으로 내 기억은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정확히 내가 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영석과 영은.


내가 멈춘 장면에서 영석과 영은은 격렬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고 영석은 영은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고 한 손은 영은의 치맛자락을 올린 장면, 영은의 손은 영석의 바짓 속에 들어가 있던 장면, 그리고 영석은 눈을 감았는데 영은은 눈을 떴고 씩 웃으며 나와 눈이 마주친 장면. 바로 그 장면에서 나는 다시 멈췄다.


" 잠깐. 그럼 아까 알면서 나한테 모른 척한 거예요?"

" 뭐. 그 사람들이야 서로 연인이겠지. 그러니 관계를 하든 말든 상관할바 아니고. 젊은 청춘끼리. 뭐 어때?"

" 연인 아닌데?"


" 음. 그럼 뭐... 그래도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연우의 말에 머리가 띵해져서 순간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 뭐... 뭐가 그럴 수 있죠?"


" 하하. 애기 맞네."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는 그런 연우의 행동에 놀라


" 담배 펴요?"

" 응"

" 언제부터요?"

" 나 계속 폈는데?"

" 난 왜 몰랐지?"

" 너 있는 대서는 안 폈으니까?"


" 왜요?"

" 넌 애니까."

" 아"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털이 쭈볏쭈볏 섰다. 이건 뭐 배신감도 아닌 게 그렇다고 충격도 아닌 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은 뭘까.


" 자 그럼 우리 어린이 성교육 한번 시켜볼까?"

" 가 가까이 오지 마요!"




" 놀라기는 앉아봐. 털끝 하나 안건딜 테니까. "

그러며 그는 그냥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 음. 후~. 남자는 여자들과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해. 성에 조금 일찍 눈을 뜨는 건 외부로 성기가 노출이 되니까 매일 보겠지? 반응도 바로 보이고 그러니 자신의 감정 변화에 더 빨리 민감하게 알 수 있지. 근데 문제는 이 성욕은 감정도 감정인데 성욕 자체에도 반응해. 이건 어쩌면 본능이라서 종족 번식 같은 유전적인 영향이거든. 생물시간에 배웠지?"


" 네에... 하아... "

" 들어봐. 근데 남자는 눈으로 보는데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자료나 예를 들면 야동이나 야한 옷이나 예쁜 이성에 끌리는 법이거든. 더구나 끌리기 전에 몸에 반응이 먼저 나타나지. 그리고 주기적으로 성욕도 생기고. 그리고 그걸 배출도 해줘야 하고. 그게 쌓이면 스트레스트로 나타나고. "


"근데 그건 여자들도 그렇잖아요. 좋아하는 이성한테 끌리는 거고 이성적으로 끌리면 안기고 싶고 만지고 싶고 한데 마찬가진데. "

" 근데 남자는 거기에 직접적인 행동이 더 해져. 예를 들면 음 어떤 행위 속된 말로 남자들이 하고 싶다고 말하지?"


" 으 더러워. "

" 크큭. 근데 그게 표현이 좀 그렇기는 한데 어쩌면 정확한 표현이기도 하지. 근데 그런 성행위가 남자들은 때로는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욕망을 분출하는 거기도 하거든. 그걸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확인하는 거니까. "


" 알기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하고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

" 음. 그건. 아직 관계를 안 해 본 너한테 설명하기는 좀 곤란하네. "


" 네? 제가 관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오빠가 어떻게 알아요?"




" 적혀있어."

" 네? "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이마를 잔뜩 찌푸리자,

" 니 이마에."


그러며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그러면서,


" 아이고 순진한 너 데리고 설명하자니 대략 난감하네. 뭐 여자 친구쯤 되면 하나 하나 집어 가며 설명이라도 가능한데 이건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생물학적으로 해야 할지. 의학적으로 해야 할지. 심리학적으로 접근할지. 내가 의사를 희망한 문제인지. 너보다 관계를 많이 해봐서 문제인지 내가 남자인 게 문제인지. 도통 감이 안 오네. 그만 가자. "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 보자 그가,


" 가자고. 더 있음 확인하고 싶어 질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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