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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Apr 25. 2024

경쾌한 리듬과 슬픈 가사를 좋아하는 이유

우리의 모습과 닮은 노래

[여름: 제4부]



누군가를 알아가는 자리에서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음식, 사람, 그리고 음악에 대한 취향을 묻는다. 우리는 그 질문을 듣고 주로 듣는 음악 리스트들을 떠올리며 나는 이런 음악 장르를 좋아해요라고 말을 하게 된다. 나의 음악 취향에 대한 답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다양한 장르를 즐겨 듣긴 하지만 주로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리듬은 경쾌하지만 상반된 가사를 담고 있는 노래라는 것이다.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밝고 신나는 음악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시금 들어보면 슬픈 가사가 적힌 반전이 있는 노래 말이다. 그럼 꼬리를 물고 드는 생각은 왜 이런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는 걸까였고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상반된 가사를 담고 있는 노래가 지금 우리의 삶과 닮아서라고 말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타인에게 힘들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 심리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슬프거나 좋지 못했던 일들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일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히려 좋았던 순간이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담고 있다.  또한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타인 혹은 일회성 만남에 그치는 사람들의 그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보며 그들이 어떤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는지 쉽사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짐작할 수 없다. 나는 이런 모습들이 그런 노래와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귀 기울여 듣지 않을 때 그저 신난 음악인 것처럼 우리도 타인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때 희극으로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신난 멜로디와는 상반된 가사를 담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겉모습과 다른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처럼 나는 이런 노래들을 유심히 들으며 깊이 있게 알아가는 재미 때문에 특히나 그런 노래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옛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한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만약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걸 선택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하셨다.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내야만 했다. 질문 전제가 갖고 있는 재능이 아닐지라도 이루어진다는 것이기에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그리고 작은 종이에 직업은 “싱어송라이터”라고 적었고 이유에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남겼다. 선생님께서 적어 놓은 종이를  하나씩 꺼내어 작성한 사람들에게 자세한 이유를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그 짧은 한 곡으로 만나본 적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고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가장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답했다.

우리는 가끔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일들과 감정들을 안고 있다가 의외에 사소한 것들(예를 들면 길가에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 의해 위로와 감동을 받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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