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지가 없는 혹은 끝이 없는
[ 가을: 제8부]
여행과 방황의 유사성과 차이점에 관해 적어 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작가는 여행과 방황은 둘 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점이 닮았지만 여행은 출발지로 되돌아온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이라고 했다. 평소였으면 읽고 지나쳤을 문장이지만 “돌아갈 곳이 없다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이다 “라는 문장을 곱씹었다. 명확하게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잠시 눈을 감고 여행과 방황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두 단어를 사랑에 대입해 본다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일 사랑이 여행이라면 출발지에서 우린 낯선 상대방을 만나 알아가고 함께 추억을 쌓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누군가는 이걸 사랑의 결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는 것이 원상태로 돌아갔다고 느껴졌기에 이별의 과정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나아가던 두 사람이 다시 뒤를 돌아 추억을 되짚으며 돌아오는 장면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황은 여행과 달리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랑을 방황에 비유하면 꽤나 낭만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출발지를 떠나 방황한다는 것이 달리 말하면 그러기에 끝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서로의 보폭으로 인해 거리의 격차가 벌어지기도 하겠지만 다시 발걸음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래서 난 사랑을 비유할 때 여행보단 방황이라는 단어가 되었음 한다.
우리는 수차례 여행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출발지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떠나는 방황이야말로 성숙한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 처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야말로 끝없는 방황을 하게 되는 힘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