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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Feb 22. 2024

달 항아리

평범함이라는 매력

[봄: 제4부]


‘달 항아리’는 아무런 무늬가 없는 하얀 도자기이다.  장식품이 아닌 주로 곡식을 담거나 기름을 담던 이름 없는 그릇이었다고 하는데 항아리가 보름달을 닮았다는 뜻에서 김환기 화백이 ‘달 항아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요즘에 이 항아리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달 항아리를 수집하는지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달 항아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 혹은 ”달 항아리의 매력은 평범함과 솔직함이죠 “라고 답한다고 한다.

예술작품을 보고 화려한 색채 혹은 완벽한 대칭의 매력이 아닌 평범함과 솔직함이라니 꽤나 신선했다. 아무래도 달 항아리를 만들 때 굽다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고 대칭이 조금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인간미가 느껴져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고 화려한 것도 물론 아름답지만 꾸밈없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의 매력이 크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장소를 좋아하며 인간관계를 맺을 때에도 그 사람에게

풍기는 자연스러움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달 항아리의 매력이 평범함과 솔직함이라는 말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요즘 오마카세, 명품, 호캉스를 즐기며 한 번 사는 인생을 즐긴다는 사람들과 스스로를 잘 치장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며 남들에게

부러워할 만한 혹은 완벽한 삶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모습들을 마주할 때 어린 시절에 정감 있던 경험들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동네를 거닐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쓰는 일과 같이 좀 더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행동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정감 있는 공간을 방문하여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려고 다분히 노력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하자면 혜화동, 부암동, 익선동과

같은 동네이다. 앞에서 열거한 동네들의 특징을 보면 도심이지만 적당히 한적하고 산과 공원을 쉽게 볼 수 있어 자연과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동네 구석구석 옛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골목이라던지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동네를 거닐고 있을 때면 도시적인 완벽함 보다는 약간의 빈틈을 느낄 수 있어 그 동네를 거닐 때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이 장소들은 나에게 있어 달항아리 같은 상징성을 갖는 곳이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달 항아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평범함이 곧 특별함이 될 수 도 있다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할까 라는 의문을 갖는 게 아닌 나는 그냥 나대로 살아가는 것이 나만의 매력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평범한 속에서 화려함을 쫓았다면 화려함을 추구하는 시대에 우리는 우리만의 꾸밈없는 평범함을 다시 찾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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