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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Sep 23. 2021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알아봐서 미안해.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하다. 

이 바람, 딱 이쯤에 부는 이 온도의 바람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적당한 습도를 머금은 그렇지만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이 바람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바람을 느끼기는커녕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않고 수십 년을 지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워 난생처음 가을바람 아래 서 본다. 


‘왜 이제야 나를 알아봐 주니?’ 

바람이 한 마디 한다. 

온몸 세포가 다 알아차리도록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힘껏 숨을 들이마셔 단전까지 바람을 전달해 본다. 

다시 내 숨을 섞어 있던 자리로 천천히 되돌려 보낸다. 

‘이 좋은 걸 나만 느끼면 안 되지.’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놓고 잠을 잤다. 

새벽이 되자 낮보다는 거친 녀석이 훅 하고 침대를 덮친다. 

창문을 닫아도 되지만 그건 싫다. 

슬그머니 이불을 끌어올리며 항복을 선언한다. 

이내 고요해진 녀석과 함께 다시 잠이 든다. 


개운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따뜻한 라테 한 모금이 목구멍을 넘어 위벽을 적셔준다. 

코 끝으로 커피 향이 퍼지고, 얼굴에는 바람 향이 퍼진다. 

신선한 바람이 살갗에 닿자 

‘아……’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한적한 도로를 내려다보며 라테 한 잔을 비워낸다. 

눈물이 난다. 

이제야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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