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알아봐서 미안해.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하다.
이 바람, 딱 이쯤에 부는 이 온도의 바람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적당한 습도를 머금은 그렇지만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이 바람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바람을 느끼기는커녕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않고 수십 년을 지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워 난생처음 가을바람 아래 서 본다.
‘왜 이제야 나를 알아봐 주니?’
바람이 한 마디 한다.
온몸 세포가 다 알아차리도록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힘껏 숨을 들이마셔 단전까지 바람을 전달해 본다.
다시 내 숨을 섞어 있던 자리로 천천히 되돌려 보낸다.
‘이 좋은 걸 나만 느끼면 안 되지.’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놓고 잠을 잤다.
새벽이 되자 낮보다는 거친 녀석이 훅 하고 침대를 덮친다.
창문을 닫아도 되지만 그건 싫다.
슬그머니 이불을 끌어올리며 항복을 선언한다.
이내 고요해진 녀석과 함께 다시 잠이 든다.
개운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따뜻한 라테 한 모금이 목구멍을 넘어 위벽을 적셔준다.
코 끝으로 커피 향이 퍼지고, 얼굴에는 바람 향이 퍼진다.
신선한 바람이 살갗에 닿자
‘아……’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한적한 도로를 내려다보며 라테 한 잔을 비워낸다.
눈물이 난다.
이제야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