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앞선 이야기
10살 차 부부, 세대차는 없나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우리 부대 간부님의 아들, 딸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이었다. 꽤 어렸기에 참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3학년이었던 그 분의 딸과 지금의 나의 아내가 동갑이다.
아내에게 그때 뭘 했냐고 물어보니 놀이터에서 '옥상탈출' 놀이를 했다고 한다.
군인 아저씨한테 편지 썼냐고 하니 안 썼단다. 어쩐지 나는 위문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쳇!
1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는 정말 크다.
나는, 아니 80년대 생은 통신이 급격히 발전하는 시대에 살았다.
집전화기, 삐삐, 시티폰, 카폰, 플립 휴대폰, 폴더폰, 슬라이드폰, 스마트폰...
아내에게
삐삐가 뭔지 알아?
라고 물으면
음... 들어는 본 것 같아
플립폰은 본 적 있어?
플립폰이 뭐야?
그 버튼 있는 부분을 아래로 여는 폰 있잖아
아... 아빠가 쓰는 걸 본 적 있는 것 같아
중학생 때쯤 공짜폰이 쏟아져 나오면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휴대폰을 가지기 시작했고 고등학생이 되어 폴더폰을 처음 가져보았다. 심지어 당시에 처음 나온 컬러폰이었다!! 그런데 단음이었다. 벨소리가 삐삐 거리는 거슬리는 그 단음. 그 단음의 소리를 90년대 생은 잘 모르고 2000년대 생은 아예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특히 세대차가 많이 나는 건 노래다.
아내는 내가 들었던 90년대 노래를 모른다. H.O.T랑 젝키, 핑클, S.E.S... 노래는 들어봤지만 그게 그들의 노래인지도 모른다. 가수 김종국이 원래 어느 그룹인지 아냐고 물으니
김종국이 그룹 소속이었어?
라고 되물을 정도다.
지금은 근육질의 모습으로, 주로 예능에서 볼 수 있지만 나는 지금도 터보의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원래 댄스가수였어!
김종국이 댄스가수였다고?!!
'Love is' 이런 명곡을 모른단다...
다행히 장모님께서 대중가요를 많이 들었고 아내는 어릴 때 장모님 듣던 노래를 듣다 보니 그나마 90년대 노래와 2000년대 초반의 노래를 아는 편이다. 안 그랬으면 내가 듣는 노래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어느 날 나에게 전화가 와하시는 말씀이
세대차 안 나도록 노래도 네가 좋아하는 거 듣지 말고
며느리가 좋아하는 걸로 들어라!!
아들보다 며느리 편인 어머니는 모든 걸 아내에게 맞추라고 신신당부하신다.
내가 듣고 싶은 노래도 못 듣겠네유... 다행히 아내가 싸이월드는 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노래를 듣는 건 좋아한다. 가끔 아내가 그 시절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할 때도 있다.
다른 세대차가 있다고 하면 아내와 나의 노는 취향이라고 할까.
나는 조용한 곳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내는 조금 시끌시끌하고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한다. 하긴 뭐 나도 그 나이엔 그랬다. 우리 땐 '준코'라고 저렴하고 안주 많이 주고 시끄러운 주점에 자주 갔었는데 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달까.
사진 보정하는 건 확실히 세대차가 나는 듯하다.
언젠가 내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는데
으... 아저씨
음? 이게 왜 아저씨야?
이런 류의 보정은 싸이월드 시절에 하던 보정이야
그 뒤로 나의 보정방법은 바뀌었다;;
사진 찍는 법도 다르다.
나는 그저 추억 남기기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아내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사진을 찍는다. 정방형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고 각도도 사진 아래 부분은 반드시 발끝을 맞춰서 찍으란다. 사진 찍어주고 나면 항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혹시나 혼날까 봐 식은땀이 난다. 마치 받아쓰기를 확인하는 선생님 같다. 마음에 든다고 하면 휴~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밥 먹기 전에는 항상 사진 찍기 바쁘다. 나는 배가 고파 죽겠지만 음식에 손댔다가 크게 혼난다. 바로 손등 스매싱 날아온다. 찰싹!
다행히 나와 유머코드는 잘 맞다.
나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아내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있다. 이 모습은 우리 가족도 모른다. 아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연인에게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있으리라. 아내는 그런 나의 모습을 좋아한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그런 모습인데 아내는 웃음보가 터진다.
나는 아내에게 칭찬받는 걸 좋아한다.
어떻게든 센스 있게 행동한 후 아내에게
오~ 센스~~
라는 칭찬받을 때가 가장 기쁘다.
그러면 나는 엄청 잘난 척을 하며 아내를 쳐다본다.
장난 아니지~~~?
나의 특유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아내는 또 웃음보가 터진다. 그리고 머리를 아내의 몸 쪽으로 갖다댄다. 그럼 아내는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내는 조금 센스가 부족한 편인데 내가 그런 부분을 많이 메꿔준다.
외출할 때 항상 내가 물건들을 좀 챙긴다. 나가서 한참 걷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아 맞다!!
하며 뭘 안 챙겼다고 하면
내가 이미 챙겼지~
라며 또 잘난 척을 한다.
역시 동동몬~
아이 출산 후 아내가 친정에 한달간 머물 때 나는 수도권의 집에서 아내가 시키는 일을 해야했다. 어린 시절 포켓몬스터를 봤던(나는 못 봤음) 아내는 나에게 무언가를 시킬 때 항상
동동몬 출동!!
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동동몬'이 되었고 필명을 정할 때 이 이름으로 하게 된 것이다.
살아보니 세대차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우리가 아직 많은 세월을 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서로 잘 맞춰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행복이 영원하려면 남자인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내가 어려서가 아니라 내 평생의 동반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안정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물학적으로도 여자는 안정감을 원한다. 안전한 공간, 안정적인 조건과 상황에서 나의 울타리를 지키려고 한다. 그 공간에서 자신의 새끼를 안전하게 키우길 원한다. 돈이 많을 필요도 없다. 그저 안정적이면 된다. 누군가는 돈이 많은 걸 원하겠지만 돈이 모든 행복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바람피우고 다니면 그것이 행복인가? 시댁에 돈은 많은데 그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면 그것이 행복인가?
물론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서적인 안정감이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사치하지 않고 모성애가 강하며 자신의 울타리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아내를 만났다. 처갓집에서도 나를 좋아하고 장인어른을 인생의 모토로 모시며 가까이에서 살고 있다. 주말마다 장인어른과 독대하며 즐겁게 술 한잔한다. 아내 덕분에 아이도 건강히 잘 크고 있다.
결혼해서 행복하다. 결혼하길 잘했다 싶다.
가끔 아내와 다툴 때가 있다.
아내는 감정적으로 모진 말을 나에게 내뱉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 아내의 마음이 상할 말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화가 나서 했다지만 여자에겐 평생 비수가 되고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상처되고 비수가 될거라곤 생각 안하시는지 묻고 싶...)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여자다.
이 여자는 나의 완벽한 이상형이고(정말 그렇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자고 미친 듯이 쫓아다녔다. 그리고 부족한 나를 받아줬다. 아내가 부족한 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나라고 아내 입장에서 부족한 점이 없고 단점이 없으랴. 그래도 아내는 장점이 더 많다. 우리 집 재무도 잘 맡아서 하고 우리 가족에게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운다. 그거면 됐다. 다른 건 받아들이자.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면 또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고 더 다투었으면 더 다투었지 덜 다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생각하고 잘하는 부분을 더 생각하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던 화도 가라앉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내가 본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여자가 행복하면 가정이 화목하다.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2부 끝
재밌게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