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워커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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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뭐든 해야될 것 같아 매일매일 빠짐없이 검색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물론이고 각종 정부 사이트와 내가 배울 수 있고 참여 가능한 강좌를 쉴 새 없이 찾아보았다.
퇴사 후 정확히 무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남아있는 돈으로 겨우 몇 달 정도를 버틸 수 있었기에 마음이 급했다. 그렇다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거나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퇴사는 배수의 진을 치고 결정한 것이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돈이 드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꽤 많은 무료 강좌나 유용한 정보들이 많았다.
한 번은 책 쓰는 법을 알려주는 무료 강의가 있어 들으러 갔는데 꽤나 도움이 많이 됐다. 그곳에서도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강조를 했다. 그곳은 출판사였기에 마지막엔 출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 등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나도 혹했지만 강의만 듣고 나왔다.
어느 날 새벽 배가 아파 화장실에 앉아있었고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것저것 검색 중이었는데
행복하게 일하는 법을 연구해봅시다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컨셉진이라는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을 발행하는 곳에서 진행하는 '해피 워커 캠프'인데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일종의 캠프이다. 미션을 던져주고 그것을 수행하여 매주 일요일 5주 동안 하루 두 시간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참가비용을 내고 출석률에 따라 환급을 해주는 것이었기에 나는 100% 출석할 자신이 있었고 당장 신청했다.
서울 합정역 근처의 콘셉트 매거진 사무실에서 진행했는데 첫 시간은 참으로 어색했다.
거의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첫날 자기소개를 하는데 연령대는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했으며 종사 중인 업종 또한 공무원, 마케팅 관련, IT 관련, 출판사 관련, 법무 업계 등 평소에 내가 접해보지 못한 업종의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놀랍게도 대전에서 이 강의를 들으러 올라온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회사생활이 즐겁지 않아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다른 연령대,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지만 나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퇴사한 사람도 있었고, 회사 생활이 힘들어 휴직한 사람, 일에 권태기가 온 사람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 등 사연은 다양했다. 다들 비슷한 생각과 사연들이 있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되었고 서로를 이해해 주었다. 김경희 편집장님은 매주 미션을 던져주었고 수업이 시작하기 앞서 자신의 일화 혹은 생각들도 이야기했는데 편집장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마음이 열렸다.
미션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 미션을 통해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으며 같은 미션이지만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 생각들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참여자들은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 혹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의 모임이다 보니 그것만큼 위로가 되는 건 없는 것 같았다.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혼한 남녀가 나와 다시 한번 설레고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는 매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이들은 평소 자신이 이혼한 이유를 숨기기 급급하고 말하기가 어려웠는데 한번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너무 마음이 편하고 솔직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나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어떤 분은 열심히 노력해서 취직했지만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크게 받아 너무 힘들어 심리상담 치료와 약물 복용까지 하는 분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니 취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배부른 소리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본인은 미칠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너무 쉽게 이야기하더란다. 처음에 왔을 때 그는 꽤 우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매주 미션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이 보였고 마지막 시간에는 굉장히 밝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 모든 이들이 조금씩 마음이 치유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인간, 사람 인(人), 사이 간(間)이라는 한자를 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사람에 의해 희망을 얻기도, 상처를 받기도 한다. 또 인간은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말에 의해 희로애락이 생기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나에게 5주간의 해피 워커 캠프는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많구나, 그리고 내가 한 결정이 틀린 것은 아니구나 하는 용기를 얻었다. 퇴사를 한 뒤 많은 고민이 있을 시기에 만나게 된 캠프라 더없이 감사했다.
만약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캠프에 한번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당시엔 없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수업도 생겼으니 서울 혹은 수도권에 살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하다.
(제가 직접 신청하고 경험해 본 캠프입니다. 그 어떤 광고성, 대가성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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