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하도 쑥덕거려서 뒤통수가 아플 지경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이전 이야기
#3 우리는 왜 남이 하면 꼭 따라하는 걸까요?
중학생 때였다.
이모가 빨간색 나이키 에어포스 운동화를 선물해줬다.
그 전까지만 해도 검은색이나 흰색 운동화를 신어왔는데 최고 유행하던 브랜드인 나이키의 운동화를 선물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빨간색이라 상당히 튀었기에 선배들 눈에, 선생님들 눈에 튈 것 같아 학교에는 신고 다니지 못했다.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선도부가 복장 검사와 두발 검사를 했다) 그래서 학원에 갈 때나 친구들과 놀러 갈 때만 신고 다녔다.
그 당시만 해도 빨간색 운동화를 신는 이는 별로 없었기에 학원에서 모르는 이들 조차 쑥덕거렸다.
쟤 운동화 좀 봐봐. 빨간색이야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데 그들의 쑥덕거림에 더 신경 쓰였다. 나이키 운동화였기에 정말 신고 다니고 싶었음에도 그들의 그런 시선이 신경 쓰여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어느 주말에 축구를 하러 집 근처 축구장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야, 빨간 나이키! 네가 대장인가 보지?
너희 친구들이랑 여기 사람들이랑 같이 축구하자.
라고 했다.
평소의 스트레스가 더해져 정말 기분이 나빴다.
저 빨간 나이키 아닙니다.
화가 나 이를 악 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빨간색 운동화는 신을 수가 없는 것인가.
어떻게 이렇게도 많은 이들이 운동화 색깔에 입을 대는 것인지 참으로 피곤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있던 시절 중국인들은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에도 빨간색 옷이나 신발을 입고 다니는데 그런 문화에 섞여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빨간색을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고 어린 시절 빨간 운동화의 아픈 기억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빨간 운동화를 사서 신고 다녔다. 마치 그때의 한을 풀듯이 말이다.
그때 생각했다.
이 모든 시선들은 결국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 것도 아님에도 남들은 이런 것에 입을 댄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해 나아진 편이다. 그땐 정말 빨간색 운동화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시절이었던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는 유행에 따라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못 받아들이고 가 있다. 어떤 이가 옷을 촌스럽게 입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것이 너무 앞서간 것일 수도 있다. 패션리더라는 것이다. 류승범이 대표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다. 2000년대 초반 정말 유행했던 KCM의 패션을 지금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정말 촌스럽다고 할 것이다. 그땐 다들 그렇게 입고 다녔는데 말이다.
우리는 유행, 대세에 따라야 될 것만 같은 문화가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함에서 나온 것이지 않나 싶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한국엔 흰색, 검은색 차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튀기 싫어하고 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는 차를 고를 때도 검은색이나 흰색을 많이 고른다. 이런 성향 때문에 비교적 튀는 색깔의 차는 중고차 값에도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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