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d love to. 20화

일상모음집#

by 실버레인 SILVERRAIN




커피 한 잔


조부모님이 말다툼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들어 할머니의 귀가 부쩍 어두워지셔서, 본인도 그게 불편하신 듯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속상해하시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상하시는 듯하다. 할아버지와의 의사소통 오류로 땡볕 아래에서 30분이나 기다리셨는데, 많이 힘드셨나 보다. 결국 두 분은 말다툼을 하셨다.


하지만 식사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께 '커피 드려요?' 하고 물으신다. 그 순간 ‘60년 부부 싸움은 결국 칼로 물 베기구나.’


그렇게 또 하루를 티격태격 살아가시는 두 분. 속으로는 서로 기운이 있으니 싸움도 하고, 마음도 주고받는 거겠지 싶었다. 건강만 하세요!




칭찬이 고파요


하루의 끝에 친구에게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친구가 갑자기 낯간지럽지만 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된단다.


요즘은 점점 칭찬을 받기보다는 해주는 사람이 되어간다며, 그래서인지 가끔은 칭찬이 그리워 괜히 외롭다고 털어놓는다.


“넌 안 그래?” 하고 물어보길래 나는 셀프칭찬 잘해서 그런 외로움 없다고, 괜찮다고 했다. 오늘도 웃기기 성공이다.




일하는 중, 한 할머니께서 다가와 길을 물으셨다. 마침 주변에 사람이 없어 안내판 쪽으로 모시고 가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참 친절하네, 고마워요” 하시며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셨다.


기분이 좋다. 며칠 전 친구가 “가끔 칭찬이 고파 외롭다”라고 말했던 게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할머니께서 웃는 모습이 참 고우셨다. 나도 저렇게 미소가 아름답게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오늘은 친구 도와주기로 약속한 날.


너무 밋밋하게 접혀 있던 손수건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새롭게 접어보았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예쁜 걸, 더 예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틀린 그림 찾기




그르지 마세요


백화점 한 구석에서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딸아이는 겁에 질려 엄마의 치맛자락을 꼭 붙잡는다. 작은 몸이 긴장으로 굳어 있다.


남자는 복도를 성큼성큼 오가며 언성을 높인다. 화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듯하다. 마스크 너머로 드러난 눈빛은 매서웠고, 그 눈으로 쏘아보는 순간마다 주변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여자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몸을 낮춘다. 말은 없지만, 마음속으로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나중에 이 장면을 떠올리며 후회하지 않으실까. 무엇보다, 딸아이는 아빠를 무서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부지...그러지 마세요. 아이들은 다 기억합니다.





기분 좋은 부부


한 노부부가 다정히 함께 매장에 오셨다. 여수와 서울을 오가며 지내신다는데, 손녀뻘인 우리에게도 공손히 존댓말을 쓰셨다. 말투는 온유했고, 태도는 당당했으며, 두 분 모두에게서 품위와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아무리 어려도 우리를 존중해 주시는 마음가짐이 우리에게 더 큰 존경심을 일깨워 주었다.


할아버지는 연세가 무색할 만큼 능숙하게 휴대폰을 다루셨고, 자신감 있는 태도에 미소가 절로 났다. 할머니는 쨍한 연둣빛 카라 니트를 입고 계셨는데 너무 멋있으셨다. 몸도 마음도 훨씬 젊어 보이신다. 그 밝고 단단한 에너지가 오히려 우리보다 더 건강해 보일 정도였다.


서로를 챙기는 눈빛도, 함께 걷는 걸음도 참 보기 좋게 잘 어울리는 두 분이었다. 기분까지 좋아지는, 보기만 해도 따뜻한 부부였다.


친구 : ‘이 주 전에 오셨는데 인상이 너무 좋으셔서, 바로 기억했어’


나 : ‘그럴만하네, 그리고 같이 저렇게 다니시는 거 너무 아름답다’


하늘은 예쁘고, 앞에 골프장은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Before sunset ꩓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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