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또 다른 동생 손님이 왔다. 이 아이는 커서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건데, 한국에 오기 전부터 "언니, 우리 꼭 보자!"며 연락을 주었다.
오랜만에 본 동생은 더 예뻐져 있었다. 가보고 싶은 곳을 다 찾아 놓아서 동생이 가자는 곳을 방문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만나자마자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쏟아내는 동생이다.
상수 / 홍대 / 망원
동생이 픽한 지역.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지역이다.
동생이 한국이 좋긴 한데, 한국사람들 너무 친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썰을 막 풀었주었다. 그 느낌 뭔지 알지... 한국사람이지만 공감했다.
상수에서 밥을 먹고, 홍대를 지나 망원으로 향하는 길. 몇 년 전, 이 길을 자주 걷던 때가 떠오른다.
망원시장.
정겨운 풍경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보였고, 야채를 파는 청년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동생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한 여행지의 풍경이다.
동생이 내게 선물과 함께 손 편지를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손 편지.
그 마음이 너무 예뻐 감동받았다.
나도 손 편지를 좋아한다. 써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뭔가 더 정성이 들어간 느낌이랄까.
근 1년 동안 한 통도 안 썼는데, 동생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만나면 꼭 써서 건네주고 싶다.
지하철을 기다리다 문득 눈에 들어온 스크린도어 위의 시.
양화대교
다리 한가운데서 버스가 멈추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 서넛이
동시에 석양을 찍기 시작했다
바빠도
아름다운 순간은 아름다운 것
이 시 때문인지는 몰라도 합정에서 당산으로 가는 전철 안, 창밖으로 한강과 하늘을 보며 풍경의 아름다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동생은 내게 “언니, 엄마 같아”라고 말했다. 뭐 이것저것 챙겨주고, 걱정해 줘서 그랬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K-장녀라서 그런가..'
1.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편하다.
동생들을 만나면 내가 먼저 사주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배운 삶의 방식. ‘베푸는 삶’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라서인지, 주는 일이 익숙하고 좋다.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나에게는 긴축재정을 적용 중이지만, 동생들 앞에서는 계산이 무의미해진다. 그냥, 사주고 싶다.
2. 분위기 파악에 민감한 편이다.
사람들 사이 분위기가 조금만 가라앉아도 레이더가 작동한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보려 내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결국 좋아지긴 하지만, 나 혼자 살짝 방전되곤 한다.
3. 타인에게 맞춰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나만의 취향도 있고, 싫고 좋은 게 분명 있지만 되도록이면 상대의 의견과 감정을 먼저 고려하려고 한다. 내가 선택지를 가져오더라도, 그중에 무엇이 상대에게 가장 좋을까를 고민하며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K-장녀’를 검색하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연관검색어로 함께 뜬다.
이런 면들이 좋은지 나쁜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그런 모습 덕분에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어서 고맙고 따뜻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