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과 패랭이의 중간쯤으로 육종 된 꽃이 한 개나 두 개정도 피워 물기 시작했다. 올해는 아이들이 꽃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는다. 작년 오월에 사 준 것이 다시 피기 시작한 것. 어버이날 아침에 나가봤더니 기다렸다는 듯, 일곱 송이나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사진을 찍어 전체 톡에 올린다. 꽃은 사지 않아도 된다고.
막내딸의 뭘 갖고 싶은지 조사가 시작되었다. 남편이 전기면도기를 이십여 년을 사용하여 겨우 깎아지는 정도니 바꿀 때가 지난 것 같다. “아빠 면도기” “엄마는?” “실용적으로 신을 수 있는 샌들” “알았어” 전에 사준 샌들이 너무 화려해서 예쁘긴 한데 뭔가 어색한. 서비스까지 받아가면서 신긴 했다. 옷은 수수한데 신발만 화려하고 겉돌아, 신발만 보이는 것 같은.
어버이날 아침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온다. 막내딸이 부모님께 다들 전화를 하라고 했다나. 뭐 그런 말 안 들었으면 전화를 안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저는 전화하지 않으면서 누구를 시킨데, 하면서 웃는다. 선물과 케이크와 전화가 어버이날의 단골 메뉴다. 뭔가 허전하다. 그 전날 동서네 랑 어머니를 뵙고 왔다. 카네이션을 마음인양 내려놓고.
무슨 날이라고 몫 지어진 날은 어떻게 보내야 될까. 톡으로 뭐가 필요한지를 묻고 그것을 조정하고 주문하고 택배 아저씨의 배달로 끝나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다고 이해해야 할까. 누구네 자식들의 이야기에 혹할 필요는 없다. 사는 것이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작은 몸짓이라도 마음이 담기면 되는 것 아닐까. 산들거리는 미풍에 이파리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바람의 흔적은 남는다.
샌들을 높이가 있는 것으로 보내왔다. 엄마는 비율이 괜찮아서 굽이 조금 있는 것을 신으면 훨씬 멋있을 거야. 아빠가 키가 작은데. 아빠랑 같이 다니지 않을 때만 신어. 양산을 주문하면서 고급 진 것으로라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자식들의 형편이 고려되어야 하기에 무조건 받고 싶은 것을 말할 수가 없다. 그래도 맘에 들지 않는 물건을 받으면 흡족하지 않다. 조금씩 말할 용기를 내보기로 나 자신을 응원한다. 떨어져 있는 형과 누나들의 의견인지 저의 생각인지 막내아들이 케이크를 사 와서 축하를 한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이런 날에 내가 키운 아이들의 성적표를 받아 든 것 같아서다. 아직 학생들이라서 조금씩의 돈을 거두고 거기에 맞추어 선물을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도 하다. 가격 대비 엄청 장을 잘 본 것 같다고 동생을 향한 오빠의 칭찬. 어버이날은 자식이 선물이지 않을까. 시간을 내고, 작은 것이지만 함께 하는 것. 같이 식사를 한다든가. 유원지를 산책하며 걷는 것, 카페에 가서 실컷 이야기를 하고도 싶다. 웃음 웃고 서로 바라보는 것. 이렇게 말하고 보니 자식이 연인이 된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남편보다 자식과의 이야기가 더 즐겁다. 가끔 아들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샐쭉해지는 남편을 마주하기도.
나도 내 어머니에게는 자식이다. 멀리 계시기에 전화만 드리고 다음 주에 찾아뵙기로 한다. 바쁜데 뭘 오려느냐고 하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말로 하지 않아도 들려온다. 나도 자식이고 내 자식들도 자식이다. 거부할 수 없는 진리다. 세대를 아우르는 인류가 존재해 갈 수 있는 동력이다.
누구를 탓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 아닐까 하는 반추된 생각. 매번 어버이날과 생일날에 시부모님을 찾아뵙고는 했다. 집안의 모든 대소사들에서 빠진 적이 없다. 의무감으로 하는 방문이 아니었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정성이 깃들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진정한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표의 나날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아이들도 내 한 그만큼씩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감사해야지! 나를 다독인다. 빨간 글씨 날에 걸려있는 마법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휘둘리지 않는 내 마음의 격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다음 날 택배가 또 온다. 꽃이 한 박스다. 자금자금 하게 눈물 같은 꽃을 머금고 있는. 친구가 보내온 선물이다. 내가 키우고 싶어 했던 유칼립투스가 들어있다. 대품으로 키워볼까. 말없이 보내준 꽃 선물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서로 어버이날을 자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