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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씨 Mar 05. 2022

입술-마지막 날

마지막 날, 7월 17일 화요일


마지막 날, 7월 17일 화요일


 메스를 꺼낸다. 거울 앞에선다. 심장과 손은 흥분을 참지 못하며 조금씩 진동한다. 천천히, 왼쪽의 두 손 가락으로 윗입술을 잡아당긴다. 윗입술을 잡아당기니, 명료하게, 입술과 인중의 경계가 뚜렷하게 보인 다. 메스로 인증 부분부터 조금씩 잘라낸다. 도톰한 인중 밑의 선홍색의 입술은, 조금씩 피를 보이며, 인 중에서 벗어나고 있다. 메스로 살짝살짝 입술을 잘라낸다. 거울을 통해, 잘린 입술의 단면이 보인다. 나 의인 중과 입술사이 의결들 하나하나가 보인다. 무척이나 싱싱하고 원초적인 색을 띠고 있다. 잘린 살 들에서 계속해서 피가 분출한다. 입술이 잘려나간 공간은 피가 자리를 계속해서 메꾸고 있다. 너무나 아 프다. 아프지만 행복해서 웃음이 나온다. 더는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정신이 아득하다. 손이 덜덜 떨려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다. 이 정도로 고통스러울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잘라내기 시작한 다. 윗입술은 덜렁거리고 있다, 입꼬리 부분을 잘라내기 시작한다. 양 끝을 자르는 순간, 윗입술이 달랑 거리며, 아랫입술 위로 포개어진다. 아랫입술은 윗입술을 받들며 지탱하고 있다. 양옆의 입술을 다 잘랐 을때, 피는 멈출 생각없이 폭포처럼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휴지로 닦을 수도 없을 정도로 무수한 양의 적색의 피가 흘러나온다. 아파 죽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아랫입술을 위로 잡아당긴다. 턱 위의 움푹 파인 공간과 아랫입술의 경계가 보인다. 그곳을 메스로 조심스럽게 긋는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 낸 공간은 흰색의 치아들이 조금씩 보인다. 혼자서 입술을 잘라내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윗입술은 달랑거리고 있으며 아랫입술은 자르기 위해 잡아당겨야 한다. 누군가 도 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너무나 아프다. 너무 아파 당장에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다. 빠르게 끝내야 하는데, 너무 아파서 빠르게 하지를 못하겠다. 아랫입술의 벌어진 공간에 메스를 넣고 살을 찢기 시작한다. 양옆으로 조금씩 벌려, 공간을 만들고 입술을 잘라낸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입술이 잘려 나간 자리는, 형태도 알아볼 수 없고 그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역시 알아볼 수 없다. 그저 피로 물든 미지와 무한의 공간일 뿐이다. 이 공간에서 피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뿜어져 나온다. 온 사방은 피가 튀겨있으며, 새로 산 옷 역시 많이 더러워졌다. 눈물을 흘리며 계속해서 입술을 잘라낸다. 양 꼬리를 마지막으로 잘라내고 입술을 얼굴에서 꺼낸다. 너무나 아프다. 정말 너무나 아프다. 아프다는 말 외에 는설명할수가 없다. 너무나 아파 죽을 것 같다. 내가 이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분 명히, 나는 이다음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생각한다. 집중한다. 아픔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초월한다. 잘라낸 내 입술을 선반 위에 올린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낸다. 완성된 내 아름다운 선반을, 신의 선물을 사진을 찍는다.


 드디어,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12개의 입술은 올림푸스의 12 신에게 받쳐질 것이며, 7월 17일,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날, 나는 인간으로 사는 삶을 버리고 신이 되기를 선택한다. 만국의 노예들이여, 아름다움 앞에 너희는 평등해질 것이고, 해방될 것이다. 너희는 더는 고통 받을 필요도 없으며, 자유의 존재가 되었다. 저마다의 행복을 찾으러 다니기만 하면 될 뿐이다. 내가 너희를 준비 한 아름다움을 보며 이 세상에 합창을 시작하라. 감사해하지 마라, 이것이 선이고, 덕이다. 나는 너희를 위한 존재이고, 너희는 나를 위한 존재이다. 이제, 찍었던 사진을, 메일을 켜고 직장동료에게 보낸다. 전송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의식은 사라져 간다.


 잠이 온다. 졸리다. 자고 일어난다면, 나의 육체는 고귀한 올림포스의 신전에 안착되어 있을 터이니, 잠을 자도 좋을 것이다. 모든 것은 끝났다. 나는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천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백색의 부드러운 천을 움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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