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K 써보는 경험 4차 과제
갤럭시 핏의 찌르르한 알람 진동이 왼쪽 손목을 감싼다. 진득한 어둠을 깨는 인기척에 바늘귀만큼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한다. 4월 24일 목요일, 오전 6시 40분. 아침 요가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날짜를 확인한 뒤에야 두 눈이 완전히 떠진다. 막 일어난 몸은 아직 납작하지만, 깨어난 의식은 단숨에 부풀어 오른다.
침대 앞 행거에 걸어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화장실로 향한다. 서너 걸음이면 충분한 거리. 그 짧은 찰나,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스쳤지만, 곧 털어낸다. 그리곤 세면대 수전을 차가운 쪽으로 돌려 얼굴을 찬물에 비빈다. 어제 버텨낸 직장의 수모를 지우려면, 반드시 매트 위에 올라야 한다. 오늘도 타협은 없다.
오전 6시 55분, 요가원 건물에 도착했다. 집에서부터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닿는 거리 덕분에 작심삼일로 끝나기 쉬운 운동을 두 달째 이어가고 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조차 가지 못하면 스스로 의지박약이라 부를 작정이었지만, 다행히 아직 잘 다니고 있다.
2층에 자리한 요가원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1층을 지날 무렵, 오래된 목재와 숯 냄새가 뒤섞인 인센스 향이 콧잔등을 스친다. 이때부터 몸 안에 안온함이 스르르 번지고, 굳어 있던 심신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요가원 문을 열면, 탁 트인 통창이 피로에 절은 수련생을 반긴다. 옅은 푸른빛을 머금은 양화로의 아침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곳. 나마스떼. 신성한 존재에게 건네는 힌두교 인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내가 찾던 평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침이 7시를 가리키자, 선생님과 수련생들이 모두 매트 위에 앉는다. 길이 180cm, 두께 6mm의 네모난 우주 한가운데, 가부좌를 튼 생명체가 들어앉는다. “두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하며, 흩어진 의식을 코끝에 모아 보세요.” 공간에 머물던 향과 온기가 부드럽게 갈라져 각자의 몸을 채운다. 그리고 고요히 수련이 시작된다.
몇 차례 깊은 호흡 후 이완된 몸으로 아사나들이 이어진다. 아사나란 좁게는 요가 자세를, 넓게는 육체와 마음, 의식의 통합을 위한 수련을 뜻한다. “배를 대고 누워 가슴 양옆에 손을 놓고 바닥을 짚으세요.” 부장가아사나, 코브라 자세가 시작된다. 이때 상체를 성급히 밀어 올리면 오늘 하루 허리를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엉덩이부터 허벅지, 발등, 발가락까지 하체 전체로 바닥을 눌러, 허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가슴을 살짝 들자마자 욱신거림이 허리를 덮친다. 노트북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굳어 있던 시간이 고스란히 반격해 온다. 허리를 펴려 하자 몸이 거세게 반발한다. 결국, 풀리지 않은 근육을 달래며 코브라 대신 스핑크스 자세에 머문다.
수련은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코브라를 피했더니 이번엔 진짜 산이 찾아왔다. 오늘의 꽃,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척추와 등을 아치로 세우는 활 자세다. 산처럼 솟는 상체를 지탱하는 팔다리의 버팀도 중요해, 정신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순간, 몸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뒤집힌 딱정벌레처럼 바닥에 등을 대고 팔과 다리를 구부려 세운다. 그리고 두어 번 숨을 고른 뒤, 몸을 동그랗게 일으킨다. 속도는 느리지만, 활이 되어가는 과정은 지옥 맛이다. 땅을 향하는 머리에는 피가 몰리고, 딱딱하게 굳은 등과 허리에는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자극이 몰아친다. 허리가 휘는 만큼 가슴은 활짝 열리지만, 호흡은 초 단위로 쪼개진다. 무너지고 싶은 욕망이,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이 갈라진 제방을 타고 폭주하는 물처럼 온 땀구멍에서 터져 나온다.
“힘들수록 빨리 빠져나오려 하지 마세요. 속도에 몸을 실으면 다칩니다.” 선생님의 따끔한 가이드에 밭아진 숨부터 고른다. “자극이 어디에서 오는지 관찰하세요. 나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호흡하세요.” 고통을 없애려면, 고통과 마주해야 한다. 나의 괴로움은 활처럼 아름답게 휘려는 욕심, 그 힘을 허리에 실은 데서 비롯됐다. 호흡을 이어가며 배와 손, 발바닥으로 힘을 분산시킨다. 그러자 허리와 등을 찌르던 바늘 자극이 가라앉고 상체가 가벼워진다.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우주가 새롭게 열리는 순간이다.
오전 7시 45분. 휘어진 활을 고이 접어 절을 하듯 몸을 웅크린다. 거친 숨을 고른 뒤 요가의 정점, 사바 아사나에 돌입한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눕는 가장 편한 자세. 일명 송장 자세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련 내내 터뜨린 고통과 자극이 가장 격렬하게 들끓는 동작이기도 하다. 땀에 젖은 매트 위에 탈진한 몸을 뉘며 나는 송장이 된다. 숨어 있던 날개뼈 밑 근육부터 늘어난 햄스트링까지. 찌릿한 자극이 버튼을 껐다 켜듯 일렁인다.
오전 7시 50분. 통창으로 4월의 산뜻한 햇빛이 들어온다. 우주를 떠나 다시 나의 지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손 모아 합장한다. “주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목요일도 잘 버텨봅시다. 나마스떼.” 정돈된 심신을 일으켜 매트 밖을 나선다. 족쇄를 풀고 해방된 사람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다시 돌아갈 일상은 여전히 지난할 테지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마주하기로 한다. 고통스러울수록 피하지 않고 찬찬히, 숨을 고르며.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