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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Nov 09. 2020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

수타니파타 中

불교 초기 경전인 수타니파타에 이런 경구가 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유명한 말이다.
공지영 씨의 소설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제목이기도 해 꽤나 알려진 불교 경구이다.
단순히 그런가 하기보단 부처님이 말씀을 하신 의중을 잘 파악한다면 살아가는데 아주 큰 힘이 될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이 누구인가? 역사에 기록된 인물 중 최고의 금수저를 내팽개친 사람 아니던가?
그 이유 또한 기가 막히다. 29살에서 고통받는 중생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스스로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고행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 후 6년에 걸친 수행을 통해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고 인간이 고통받는 이유와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나와 해탈하는 것에 대해 80세까지 설교하시다 열반에 들었다 한다. 지금은 불교라는 종교를 창시한 종교적 인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살아생전의 그의 행적은 철학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무슨 뜻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제행무상 불방일 정진(諸行無常  不放逸 精進)"이라고 전해진다. 이 말의 뜻은 "조건 지어진 모든 것은 변하니 항상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라"라고 한다.
불교에는 교리 격인 삼법인설(三法印說)이 있는데,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라 한다.
"모든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한다. 모든 사물에는 고정된 것이 없다. 내가 실재하고 세계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집착."
즉 세상 만물이 고정된 것이 없이 존재하고, 나 역시도 늘 변화하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존재인데, 이런 세상에서 내 것을 고집하니 모든 것이 고통스럽다는 말씀이시다.
부처님은 마지막까지 모든 것이 변하니 집착을 버리도록 늘 깨어있으라고 강조하신 것이다.
그 집착을 단 한순이라도 놓치면 다시 고통의 굴레로 빠져들 중생에 대한 염려로, 열반하시는 순간에도 온 힘을 다해 강조하셨던 것이다.

부처님은 이런 수행을 통해 해탈하여 열반의 경지에 오르면 평온이 찾아오고 윤회의 사슬도 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수반되는 수행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부처님의 사상은 지금도 인도의 다수 종교인 힌두교를 비판한 데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수 종교가 아닌 소수 사람이 자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현실에서 주위에서 무엇이라고 하든 석가모니의 사상을 우직하게 따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행의 과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정진하여 해탈하라는 것이다. 

세상만사 힘들다고 홀로 독거하며 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우직하게 정진하라는 말씀이신 것이다.
반사회적 신념이 아니라면 주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며, 마지막 유언에도 강조하셨듯이 세상에서 내 것이라는 할 만한 것들은 없으므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 즉 대상에 대한 집착을 가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당부 말씀이자 수행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근래 유행하는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의 아들러 개인 심리학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타인을 위한 옳은 신념이라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미움받더라도 정진하라는 말 말이다.
그렇게 집착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위해 수행할 수 있다면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해지겠는가?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가 높은 정의감에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도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으니 말이다. 혼자서 가라는 말에만 집중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 말 전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혼자서 라도 가라는 말씀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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