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마다 데리러 오던 어린 날의 기억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아이 둘과 아침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오늘 저녁부터 주말까지 비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가 들려왔다.
"저녁부터 비가 온대. 어쩐지 아침부터 날이 많이 흐리더라.. 지난 주말에도 비가 오더니 주말만 되면 이상하게 비가 오네, 꽃도 피고 나가 놀기 딱 좋은 날씨인데 아쉽다"
"오늘 저녁에 비가 온다고? 그럼 아빠는? 아빠 우산 챙겨갔어?"
"아빠? 우산? 음... 우산 가져갔겠지? 모르겠네..."
"우산 없으면 어떻게.. 아빠 비 맞고 오는 거야?"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아이는 밖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아빠가 우산을 들고 갔는지 물어봤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엄마인 나는 이 좋은 봄날에 자꾸 비가 와서 놀러 나가지도 못한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었는데, 6살인 딸은 퇴근길에 아빠가 비를 맞는 게 아닐까... 그 생각부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엄마도 못하는 생각을... 아침부터 아빠에 대한 사랑이 여기저기 묻어났다.
학창 시절.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한 아이들은 친구 우산 하나에 여러 명이 붙어서... 머리만 젖지 않으면 된다는 일념 하나로 우산 하나에 머리만 꾸역꾸역 넣어 함께 쓰기도 했고, 부모님이 학교 정문에 우산을 들고 기다리기도.. 그리고 외투를 벗어 뒤집어쓰고 뛰어가는 아이도 있었다. 부모님이 집에 계시면 데리러 왔을 텐데 바쁘신 분들은 그러질 못하니 친구는 미쳐 챙기지 못한 우산을 탓하며 비를 맞고 가는 경우도 많았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회사원이 아니었고 서점을 하셨다. 그것도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버스조차 타지 않고 걸어서 등교를 했기에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챙기지 못하면 늘... 아빠가 데리러 오셨던 기억이 있다. 차로 데리러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우산이 없는 친구를 버스정류장이나 집까지 태워주는 때도 많았다.
"너는 늘 우산이 없어도 아빠가 데리러 왔잖아.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알아? 부모님 사랑을 받고 크는 게 다 느껴졌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잘 지내는 25년 지기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기에 그 친구와는 많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나는 소소한 기억을 못 하는 사람이고 친구는 아주 잘한다^^ 그 친구의 기억에 비 오는 날 아빠가 데리러 왔던 장면이 꽤나 인상 깊었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휴대폰조차 가지고 오지 않을 때였으니까... 아이 마치는 시간에 매번 맞춰 정문에 와서 아이가 나오는지...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단발머리인 아이들 틈에 제 딸을 찾느라 눈이 바쁜 아빠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는 그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집에 있고 가까우니까 데리러 왔겠지.. 그리고 비를 맞지 않아서 좋다는 정도의 느낌이었지 친구가 말하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예전 기억을 찬찬히 떠올려봤다. 어떤 사건이나 장면이 떠오르는 건 없었지만, 큰 굴곡 없었던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꽤나 부모님의 사랑 안에서 무사히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현재와 나의 어릴 적 기억 그리고 그때의 느낌이 겹치기도 한다. 육아서에 나오는 내면 아이가 툭하고 뛰어나오는 경우도 있고, 화를 낼 일이 아닌데 화를 내고 있는 약간 정신 나간 나도 발견한다. 이 장면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런 생각도 얼핏 들고.
받을 때는 미처 몰랐던 일상의 일들이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이름이 담겨있는 행동들이었다는 사실. 이 나이가 가 되어서 내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작은 것 하나라도 모두 자식을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걸... 다른 이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인 것도 너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받기만 했었다.
이제 이 글을 쓰고 나면 비 오는 날마다 아빠가 데리러 오던 그 모습이 생각날 것 같다. 아빠의 사랑이라고 하면 우산을 떠올릴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