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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30. 2021

+5, 다시 만남 二.

쫓고 쫓는 숨 막히는 추격전

"쓰-"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반사적으로 둘러봤지만,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확신이 들었다.


한 손으로는 목에 건 카메라를 부여잡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그'에게 전화를 걸며, 두 눈으로 재빠르게 주변 사물들을 훑어 나갔다. 분명, 내 기억이 맞다면, 쓰임새가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하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는 전화를 받질 않았다.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안내 멘트에 전화를 끊고, 다시 온 신경을 주변 소리에 집중했다.


"쓰, 쓰임-"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그 울음소리는 점차 잦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었다. 당최 보이질 않아서 문제였지.

일하는 중이었다는 것을 순간 깨닫지 못했다면 몇 시간이고 쓰임새를 찾아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은 정신을 되찾고 촬영을 하러 스튜디오 안으로 돌아갔다. 신기하게도 스튜디오 안에서는 그 울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만의 숨바꼭질 놀이가 시작되었다.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스튜디오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촬영에 집중하다, 잠시 쉴 틈이 생기면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쓰임새의 흔적을 찾았다. 분명 소리는 들리는데 보이질 않는 것이 아주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자니, 분명 미친 사람처럼 볼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끼니를 대충 때우고는, 스튜디오 주변을 산책하듯 계속 돌고 돌고, 또 돌았다. 겉으로는 뒷짐을 진 채 느긋한 척을 했지만, 두 눈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 분이 흘렀을까, 건물과 건물 사이 틈새에서 드디어 그 놈을 발견했다.



"쓰임?"


뭘 멍하니 쳐다보면서 지껄이는 거야. 


나는 어떻게든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기 위해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 그 놈을 향해 카메라를 조준했다. 그리고 촬영 버튼을 누르려는 그 찰나의 순간, 그 놈은 푸드덕- 하더니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급하게 카메라를 움직여 봤지만 그 놈은 벌써 건물 뒤편으로 사라진 뒤였다.


"이런 젠장할…!"


"음?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닙니다. 금방 들어갈게요!"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입 밖으로 뱉어버렸다. 어휴, 이 모든 게 다 망할 쓰임새 때문이야.


그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촬영은 계속되었다. 꼴도 보기 싫어 일부러 쉬는 시간이 생겨도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질 않았건만, 환청처럼 그 놈이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내일 하루는 또 어떻게 견뎌야 하나.


쓰, 쓰임-. 쓰-임. 쓰임?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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