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 남우
빨강 점을 흩뿌린듯하다.
밤새 내린 비바람에 떨어진 꽃잎,
배롱나무꽃이다.
그 꽃잎을 한 움큼 뿌리며 환하게 웃던 남우.
남우는 열두 살 소년, 내 친구였다.
남우네 마당에는 빨강 꽃 배롱나무가 있었다.
남우는 여동생과 동갑인 내게 이름을 알려주며,
친구가 되자고 했다.
놀러 가면 남우가 먼저 반기고, 어느 놀이든 함께 했다.
맘 깊은 남우는 말없이 챙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무슨 말이든 귀담아 들었다.
남우네 아버지는 자식이 태어나면 축복의 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다.
남우네 뒤뜰, 남우의 나무는 도담도담 자랐다.
우리는 남우 나무에 물을 주기도 하고, 나무 아래에서 별 이야기도 나눴다.
남우는 마을 강가에서 물수제비 뜨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비늘이 고왔다.
강가를 도닐며 네잎클로버를 찾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면 남우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내가 아프면 남우는 걱정스레 이마를 짚었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그 마을을 떠나기 전까지
남우와 나는 올근볼근하지 않고 잘 지냈다.
이사하는 날, 남우가 말했다.
“내 나무 보러 와. 자주 못 오면 저만큼 컸을 때 만나.”
고개 들어 본 하늘이 푸르디푸른 날이었다.
느티나무 우듬지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종종 남우 생각이 났다.
비에 젖은 빨강 배롱나무꽃을 줍던 남우.
남우 나무가 보고 싶었지만, 먼길이었다.
시간이 더금더금 흐른 뒤, 나는 뒤늦게야 남우 소식을 들었다.
“남우가 멱감다가...”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
강에서 하늘길로 떠났다는 남우...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늘이 노랗게 맴돌았다.
지금,
남우 나무는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가 컸고 잎이 다옥하다.
잠시 갠 하늘,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
남우의 웃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