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마음, 지는 꽃들 사이로

그리움이 피어나는 자리

by 제노도아

어스레한 하늘에 울멍줄멍 회색구름이 깔렸다.

네가 생각나 흔적이라도 남아 있는 곳에 다녀왔다.

솔솔바람,

초록이 짙어지는 숲,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햇살...

기억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찬바람머리 마음을

동행해준 친구가 다독였다.

봄꽃들이 대부분 이울고 있는 큰 정원이었다.

얼마의 알리움, 루피너스, 참꽃마리 등이

지난 시간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네가 마지막으로 웃었던 시간들이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 같아

가만히 손끝으로 하늘가를 더듬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자리,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면

그리움이 내려앉는 그 자리에서,

나는 너의 목소리가 들었다.


봄꽃이 지는 계절은

끝이 아닌, 기다림의 시작이다.

보이지 않아도 너는 여전히 나의 하루에 피어나고 있다.

나는 멀거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지나간 온기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꽃향기와 바람결,

이 계절이 건네는 위로 속에 다시 너를 안았다.


너는 꽃이 피고 지는 일을 말했다.

진다고 해도 피어났던 순간의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너의 말처럼

지는 꽃 사이로, 남아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무릎에 떨어진 꽃잎 하나를 조심스레 주워 들고 속삭였다.

“너는 여기 머물고 있어, 처음의 빛으로.”

그리고 마음속에 새겼다.

그리움은,

떠난 이의 흔적이 아니라

남은 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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