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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 너답게 빛났던 시간들

by 제노도아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 중 하나인 ‘아름’은 ‘나’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아름답다’는 말은 결국 ‘나다운 것’이라는 뜻이다.

나는 언제 가장 나다웠을까.

나는 과연 나답게, 아름답게 살고 있는가.


여의도의 거리.

수많은 인파 속에서 유독 내 마음이 멈춘 사람이 있었다.

후리후리한 키에 머리가 긴 여자.

그 뒷모습에, 나는 숨을 삼켰다.

걸음걸이마저 너를 꼭 닮았다.

가슴이 두 방망이질쳤다.

나는 잠시 바람만바람만 그 뒷모습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살랑 바람이 불고,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

차 안에서, 공원에서, 왁자지껄한 쇼핑몰 속에서도

너를 닮은 누군가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눈을 꼭 감았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럴 때면 사람들이 힐끔거려도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곤 했다.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너를 떠올리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시선도 상관없었다.


‘행복 바이러스’라 불렸던 너.

너는 이 땅에서 짧지만 참 아름답게 살았다.

그래서 너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 묻곤 한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나를 진정 사랑하고 있는가.


너를 닮은 봄날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나도 너처럼,

아름답게 살아야겠다고.

그래야 네가 웃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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