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마음이 그립다
연둣빛 이파리가 나불거린다.
거리엔 나들이 발걸음이 가뿐가뿐 가볍게 오가고,
화사한 차림새로 한껏 들뜬 사람들이 눈에 띈다.
봄은 그저 풍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누군가는 꽃을 보러 나서고, 누군가는 기억을 향해 걷는다.
봄나들이 가시는 날,
엄마는 옷매무새가 참 고우셨다.
작은 브로치 하나, 스카프 한 장에도 정갈한 정성이 배어 있었고 그날은 유독 목소리가 맑고 경쾌했다.
햇살처럼, 봄바람처럼 기분 좋은 기척이 방 안 가득 번지곤 했다.
엄마는 ‘선하심후하심(先何心後何心)'이란 말을 자주 하셨다.
처음엔 다정하다가도 금세 달라지는 사람들,
겉은 웃지만 속은 다른 사람들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시며 한 마디 덧붙였다.
“사람은 한결같아야 해. 처음보다 끝이 더 고운 사람이 되어야지."
그 말씀은 어린 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었고,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 중심을 잡아준 길라잡이로 남아 있다.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을 주고받을 때,
엄마의 그 말씀이 생각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다잡는다.
요즘처럼 계절이 환해지는 날이면, 엄마가 더 그립다.
해질녘 노을 같았던 엄마.
고요히 물들어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시던 엄마의 봄빛보다 따스했던 미소.
그 무엇보다도 한결같은 마음...
그런 사람이 참 그립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의 엄마였음을 오늘따라 더욱 소중히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