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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Aug 26. 2024

잠들어 있던 냉동 야채의 재발견

잠들어 있던 냉동 야채 깨우기

집집마다 냉동실에는 적금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시간 없고 바쁠 때 머릿속에는 떠오르는 든든한 냉동식품들. 냉동 떡, 불고기, 냉동 만두 등. 그것들로 근사하지는 않아도 대충 한 끼는 때울 수 있다. 우리 집에도 든든한 냉동실 적금이 몇 개쯤 있다. 그중에는 대충 한 끼를 채울 뿐 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냉동실 건강 적금이 다. 바로 냉동 야채다. 냉동 야채는 설원에도 늘 제자리를 지키는 정승처럼, 우리 집 냉장고에서 자신만의 지위를 뽐내고 있다.

우리집 냉동 야채


냉동야채의 숨겨진 매력

내가 냉동 야채를 애용하는 5가지 이유 


1. 영양 성분, 신선한 야채 못지않다.

농부가 수확한 야채는 수확 즉시 영양 성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오며 유통, 보관하는 과정에서 영양소 손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에서 바로 먹지 않는 경우라면 냉장고 속에서 다시 또 영양소는 유출된다. 하지만 냉동 야채는 오히려 영양소 파괴가 적은 편인데. 수확한 후 영양가가 가장 높을 때 급속 냉동 시킨다. 영양소의 손실 또한 급속 냉동한 상태 그대로 멈추어 있다.

2014년도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냉동 야채는 신선 냉장 야채에 비해 영양 성분이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그린빈의 식이 섬유는 10일 동안 보관한 냉장 제품이나 냉동 제품이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 냉동 야채의 경우에는 영양 성분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논문에 실린 결과에 의하면 그린빈의 비타민 C는 냉장한 것보다 냉동한 것이 2배가량 많았고, 브로콜리의 리보플래빈 역시 냉동한 것이 더 높았다. 그린빈의 식이 섬유의 경우 냉장 제품과 냉동 제품 간의 차이가 없었다. 90일이 지났을 때에도 냉동 그린빈의 식이 섬유는 살아남아 있었다. 반면 냉장실에 보관되어 있던 그린빈의 식이 섬유의 그래프는 그려지지도 않았다. 아마 3개월쯤 되면 냉장 보관된 그린빈은 (썩어서) 사라졌을 것이다. 물론 이는 영양분의 손실 보존 정도는 야채의 종류와 영양 성분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신선 야채의 영양 성분이 냉동 야채보다 높은 경우도 있었다. 당근의 베타카로틴은 냉동보다는 냉장 신선 제품이 더 높았다.


결론) 냉동 야채의 영양 성분도 꽤 우수하며, 밭에서 수확 야채가 아니라면 냉동 야채도 괜찮은 선택이다.


2. 손질하지 않아도 된다.

야채를 먹는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야채 손질이다. 야채를 씻고 다듬고 썰고 먹기 좋게 쪄두는 과정은 번거로운 일이다. 미리 손질해 두지 않으면 야채를 자주 먹을 수 없다. 야채를 매일 먹으려면 야채 손질을 공장 가동하듯 주기적으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냉동 야채는 이 귀찮은 과정을 공장에서 모두 해 둔 상태다. 바로 먹을 수 있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특징이다.


3. 보관 기간이 길다.

야채를 사다 놓고 선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살다가 무르거나 썩어서 버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선한 야채는 보관 기간이 짧다. 야채의 종류와 보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일주일, 길어야 한 달이다. 하지만 냉동 야채 믹스는 살짝 데친 후 멸균 처리하여 급성 냉동 한 것으로 보관 기간이 최대 1년이다. 먹다 지겨워서 안 먹어서 버리는 일은 있어도 썩어서 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4. 다양한 야채를 맛볼 수 있다.

냉동 야채로 다양한 야채를 맛볼 수 있다. 내가 먹는 냉동야채에는 브코롤린, 당근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야채들 - 깍지 완두, 덩굴강낭콩, 노란 당근, 붉은 피망, 남방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굳이 현지에 가지 않아도 멕시코, 미국, 중국 등 세계 각지의 야채 맛을 즐길 수 있다.


5.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2023년도에 발표된 넘베오 세계 식품 물가 지수에 따르면 스위스 다음으로 두 번째였다. 양파는 평균 OECD 가격에 비해 1.93배, 감자는 2.38배, 양상추는 1.48배 비쌌다. 게다가 한국의 농산물 가격은 널뛰기를 잘한다. 수확량 감소, 인력비 상승, 기상 여건 악화, 계절적 요인 등으로 가격 변동이 많다. 반면 냉동 야채는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이다. 세계 각지에서 직접 수확하여 냉동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냉동 브로콜리 1 Kg의 가격은 9천 원 정도다. 생 브로콜리 1개 (250g)는 3천 원이므로 같은 가격이면 브로콜리 1개를 덤으로 더 먹는 셈이다.

   

냉동 야채 요리 맛있게 먹는 5가지 방법

인정한다. 신선한 야채에 비해 냉동 야채는 식감과 향이 떨어진다. 잘못 조리하면 입맛을 떨어뜨릴 수 있다. 채소가 녹으면서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냉동 채소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원래의 식감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는 거다. 냉동 야채에 부족한 향은 내 취향대로 각종 재료를 첨가하면 된다.


1. 냉동 야채는 물에 씻지 않는다. 대부분 냉동 야채는 세척 후 급속 냉동 시킨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씻을 필요가 없다. 냉동 만두를 씻어서 먹지 않는 것처럼, 냉동 야채도 직접 요리에 사용하면 된다. 냉동 채소의 뒷면을 확인하면 더 정확하다. 식품 유형 "과채 가공품"이라고 되어 있는 건 급 냉동한 제품으로 <장기 보존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 별도의 세척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섭취 가능하다는 뜻이다.


2. 냉동 야채는 해동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야채가 녹으면 식감이 물컹해서 맛이 떨어진다.


3. 중강불에서 단시간 내에 빠르게 조리한다. 원래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과 센 불에서 빠르게 조리한다.  


4. 기름에 두른다. 냉동 만두도 쪄서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기름에 둘러서 먹는다. 냉동 야채도 마찬가지로 전자레인지나 찜기를 사용해서 쪄서 먹어도 된다. 하지만 냉동 만두도 기름에 지져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것처럼 냉동 야채도 기름에 두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5. 마늘 향을 낸다. 냉동 야채에 부족한 것은 향이다. 급속 냉동으로 향까지 보존시킬수는 없다. 냉동 야채를 잘못 보관한 경우에는 냉장고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올리브 오일에 마늘 향을 내서 리한다. 마늘향 가득한 냉동 야채는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5. 냉동 야채를 부재료로 한다. 냉동 야채는 단독으로 조리하는 것보다 주재료와 함께 먹을 때 빛이 난다. 냉동 새우, 스테이크, 하다 못해 계란 스크램블이라도 함께 먹어야 좋다. 야채에 부족한 단백질 섭취도 채울 수 있다.  


의사의 식탁 맛있고 건강한 냉동야채 믹스 요리


1. 올리브오일에 마늘 볶아 향을 만든다.

냉동야채를 잘 못 보관했을 때 나는 냉동실 냄새를 예방하고 냉동 야채에 부족한 향까지 완벽 커버할 수 있다.

2. 중강불에서 냉동야채 넣어 휘저어 가며 익혀준다. ( 5분 ~ 7분 정도 )

3. 뚜껑 닫아서 속까지 익힌다. 일부 냉동 야채가 뭉쳐진 경우에는 녹지 않아 차가울 수 있기 때문이다.

4. 소금 간을 한다.

5. 냉동 야채는 부재료 - 불고기, 소고기나 돼지고기, 새우, 계란과 함께 먹는다.

5분만에 완성된 냉동 야채 with 계란 스크램블 
냉동 새우 와 함께 해도 좋은 냉동 야채 볶음 
냉동 야채 스테이크 옆에 두면 근사하다


오늘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shorts/iXIc2uTGDCk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 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doctorki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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