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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Dr MCT Jul 14. 2023

도파민 빅뱅의 시대

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 (14)

얼마전 온 환자 A씨는 도박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위해 내원하였다. 지난 몇년간헐적으로 빚을 져가면서 도박을 한 그는 이번에도 몇천만원의 돈을 빌려 도박을 하고 이를 상환 할 능력이 되지 않아 부모의 도움을 빌었고 이에 부모님의 손에 의해 병원까지 오게 되었다. 수차례 넘게 같은 종류의 도박으로 수천만원 넘는 돈을 잃은 그는 진료실에서도 전혀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그 혹은 그의 집이 수천만원을 잃어도 되는 부잣집 인 줄 알았으나 그렇지도 않았다. 당장 몇백만원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될 정도였으나 그는 여전히 자신만만 했다.


‘선생님 저는 언제든지 도박을 그만둘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 당장에라도 다른 일을 알아보고 하면 저의 빚은 갚을 수 있어요. 나머지는 부모님이 조금 도와주신다고 했고요. 저는 도저히 이 치료를 받아야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정신과의사로 일하면서 여러 종류의 중독 환자를 보았다. 가장 흔한 알코올, 담배부터 도박, 게임, 마약 등 다양한 환자를 보았는데 대부분 환자들은 태도가 비슷하다. 다들 하나 같이 자신만만하다. 자신은 중독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고 잠깐의 유희로 즐기고 있거나 잘못된 친구의 권유로 인해서 잠깐 하고 있는 것 뿐이지 언제라도 자신은 정상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A씨와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이 입원을 했다가 답답한 나머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여 며칠 되지도 않았을 때 퇴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거의 80프로 확률로 몇 주 혹은 몇 달 내에 같은 병원에 다시 입원을 한다. 나머지 20프로는 그러면 정말로 좋아져서 안 오는것 아닌가?그건 아니고 보통 그들은 다른 병원에 입원해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그만큼 중독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도파민’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 중독이라는 것에 대해 심오하게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중독된 사람들이 기억해야할 것은 ‘도파민’ 같은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중독이라는 것은 단순히 의지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란 것과 절대 자신만만하게 쉽게 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모든 중독 치료의 시작은 다른 정신 증상의 치료 시작과 같으며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상태를 똑바로 아는 것이다. 요즘 같이 중독될 만한 것들이 널린 세상에서 중독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한가지라도 없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 것이다. 나 자신도 어쩔 때는 폰에 중독된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때도 많으며 이전에는 SNS에 시도때도 없이 들어가던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것에 중독되어있는지 무엇이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중한 누군가가 당신에게 술이든, 담배든, 인터넷이든, 유튜브든, 어떤 물질이든 행동이든 무엇인가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고 걱정해준다면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을 확률이 99.9%이다. 그러니 부디 자신만만하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겸손하고 겸허하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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